요즘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 되면서 N잡러를 꿈꾸는 분들이 많다. N잡러란?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예전에는 한 직장에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아이들도 교육시킬 수 있었다. 요즘은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 세대(3포세대에 내 집 마련, 인간 관계)에 더 나아가 N포세대(5포세대에 꿈, 희망 포기)시대가 왔다.
그만큼 경제적 어려움으로 허황된 도전보다 포기가 빠른 게 낫다고 판단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제 더는 한 직장에 만족할 수 없고,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N잡러는 필수가 되는 상황이 왔다.
나는 N잡러다. 딱히 N잡러를 꿈꿨던 것은 아니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일을 줄이고 싶었다.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내 에너지가 직장에서 90%를 다 쓰고 왔기 때문에 일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육아가 하나의 일과처럼 느껴졌다.
밥을 차리고 먹이고, 집안일을 하고 책 좀 읽어주다가 같이 잠이 들었다. 루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거나 지체하면 화가 났고, 다그치더라도 시간에 맞춰 수행했어야 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아, 시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최소한의 월급만 받고 아이를 키웠다. 시간적 여유와 큰 스트레스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육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엄마표 육아로 같이 여러 가지 활동도 하고, 놀러도 다녔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는 돈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최소한의 돈으로 살다 보니 나에게 쓸 수 없었고, 여유가 없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작년까지 내 삶은 그랬다. 올해 초부터 나는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N잡러에 도전했다.
재택근무와 시간이 자유로운 일을 구했고, 오프라인 무인 가게를 열었다. 1인 기업에 관심이 많아 책 쓰기를 했고, 작년 여름부터 나를 브랜딩하기 위해 온라인에 콘텐츠를 꾸준히 올렸다.
그리고 그게 성과를 보이면서 대기업 육아 몰에서 칼럼 제의를 받아 이제부터는 돈을 받고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육아에 지친 부모와 자신의 감정으로 힘든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힐링프로그램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3월에 연 무인가게에 탄력을 받아 9월에 또 다른 업종의 무인 샵을 론칭 중이다.
그렇게 나는 지금 N잡러로 일하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다. 유튜브에서는 N잡러를 꿈꾸는 분들에게 자기 경험과 경력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영상이 많다. 나는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는데? 좌절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 나도 한 번 도전해봐? 해서 열심히 관련 자료를 찾고 도전하고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먼저 이 길을 간 언니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고 그 시간 동안에만 일하는 것을 보고 현혹이 되었다. 아니 솔직히 부러웠다. 나는 죽게 일하고 있는데 언니는 나보다 쉽게 돈을 더 버네? 그런 마음이 있었다. 나도 언니처럼 조금 일하고 돈도 벌면서 육아도 하고 내 시간도 갖고 싶어졌다.
근데 내가 N잡러를 위해 1년을 준비하고 도전하고 살아보니, 이 길도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우선 N잡러로 살려면 초반 몇 년은 워라밸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아니 욕심을 부린다면 몇십년은 그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N잡러는 근무 시간이 없다. 왜 없냐고? 쉬고 있는 시간에도 계속 생각해야 하고, 콘텐츠나 사업구상을 위해 자기계발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흔히 좋아하는 일을 하면 삶과 일이 하나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그 말이 참 좋았다.
하지만 쉬고 있는 상태에도 관련 도서를 보고 콘텐츠를 짜는 나를 보고 있으면 이게 정말 좋아서 하는 건지? 혼란이 올 때가 많다.
콘텐츠만 기획하고 쉬면 되잖아요? 물을 수 있다. 1인 기업이 되려면 영업이 중요하다. 거의 온라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SNS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SNS를 열심히 해야 곧 나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도 SNS 활동에 목매단 적이 있었다. 아침부터 잘 때까지 썸타는 남자와 카톡하듯 온종일 SNS로 사람을 만났다. 그러다 번아웃이 와서 지금은 매일 올리지 못하고 이틀에 한 번꼴로 콘텐츠를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육아를 하는 나에게는 이것도 참 버겁다. 그렇다고 활동을 안 하면 나를 브랜딩할 수 없고, 내 콘텐츠를 소개할 기회도 없어지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일적으로 말하는 거지만 찐 소통하시는 분들과의 소통은 일을 떠나 좋다)
N잡러는 불안정하다. 회사에 들어가면 꿀맛 같은 월급 때문에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이 돈으로 생활하고 남은 돈은 차곡차곡 돈을 모은다. N잡러는 한 달에 들어오는 돈이 들쑥날쑥하다. 그래서 어떨 때는 위기의식도 느낀다. 언제 어떻게 수익구조가 끝나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가 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저번에 어느 작가님이 운영하는 단체 카톡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은 디지털노마드라고 하지만 디지털 노가다라고. 감정노동, 창의성, 끈기가 있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힘들면 다 때려치우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세요.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싫다.
일단 직장에 다녔을 때는 아침이 없는 삶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리고 아이를 깨우고 직장에 갈 준비를 하고 허둥지둥 출근을 했야 했다.
아침 당직이 있는 날에는 아이에게 인사도 못하고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 나는 일어나자마자 명상을 하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끓인 후, 따뜻한 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아이 아침밥을 챙기고, 시간이 남아 청소를 한다.
가볍게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아이 학교를 데려다준 후, 운동 하러 숲에 간다. 어떨 때는 바닷가 근처로 가서 산책하기도 한다. 무인 샵에 들려 정리정돈을 한 후, 커피 마시러 카페에 들리기도 한다.
집에 와서 목욕하고, 재택근무를 한다. 그야말로 아침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온종일 직장에 묶여 있지 않아, 아이가 방학할 때나 아프거나 볼 일이 있을 때는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거나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는 일 생각을 하지만, 그 자체가 나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주고 즐겁다.
어떤 일을 도전해볼까?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볼까?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해나갈까? 온전히 내 자아실현과 나를 위해 일을 할 수 있어 좋다.
N잡러는 해야할 것도 많고 다재다능해야 하지만, 변화를 무서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 않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남들이 N잡러에 도전한다고 휩쓸려서 가기보다는 자기의 성향에 맞게 준비하고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