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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범 Jan 05. 2024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영화 <그린북> 속 돈셜리 


영화 <그린북>의 주인공 돈 셜리는 흑인 피아니스트이다. 1960년대 흑인에게 엄혹했던 미국 사회상 속에서 흑인 사회와 백인 사회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흑인 사회는 그를 부러워하고 동시에 질투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돈 셜리는 그저 돈 많고 콧대 높은 백인일 뿐이다. 반면 백인 사회가 바라보는 돈 셜리는, 피아노를 잘 치는 흑인 노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가 아무리 피아노를 잘 치고, 좋은 품격을 지녔을지라도 백인 사회는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1960년대 미국 남부는 여전히 암암리에 흑인 노예를 고용하고,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사회였다. 그런 사회 속에서 흑인 출신으로 신분이 상승한 돈 셜리는 용기를 내어 자신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고자 미국 남부 투어를 결심한다. 그는 뉴욕 클럽에서 일 처리를 가장 잘하기로 유명한 백인 남성 토니 발랭롱가를 고용하여 그와 함께 5개월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백인 하층민 남성 발렝롱가와 흑인 고학력자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점차 친구가 된다. 





발랭롱가는 그저 오만할 줄 알았던 돈 셜리에게서 자신이 느낀 것과 비슷한 소외를 느끼고, 돈 셜리 또한 발렝롱가를 통해 작고 소박한 행복에 관해 깨닫게 된다. 그러나 사회는 이 둘의 화합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차가웠다. 이들이 찾은 미국 남부 사회는 여전히 흑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공연에 초대되어 연주를 할 순 있어도 화장실을 백인과 함께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늦은 밤에 흑인이길거리를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연행되기도 한다. 


돈 셜리는 꿋꿋이 투어를 진행하고 마침내 공연 하나를 남기게 된다. 그러나 돈 셜리는 마지막 공연을 남기고 여정을 그만두겠다고 돌연 선언한다. 공연을 주최한 레스토랑 측에서 오랜 관행이란 명분으로 흑인인 돈 셜리의 식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간 용기를 내어 자신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참아왔던 돈 셜리 입장에서 더는 참을 수 없던 것이었다. 이후 돈 셜리는 그의 동행자 토니 발렝롱가와 함께 호텔을 빠져나와 흑인 재즈 펍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돈 셜리는 생애 처음으로 흑인 뮤지션들과 즉흥 재즈 공연을 한다. 거기서 자유로움과 깊은 행복을 느낀다. 이후 그들은 뉴욕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발렝롱가의 집에 초대 된 돈 셜리는 그의 가족에게서 남다른 환대를 받는다.  최악의 시대상 속 최선의 엔딩을 보여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우리 마음을 찜찜하게 한다. 발렝롱가를 비롯한 일부 개인은 돈 셜리를 인정했으나,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결국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흑인과 백인 사회 모두에게서 돈 셜리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돈 셜리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했다는 반응이 많다. 왜 우린 이를 느낄 수 있을까? 아마 우린 모두 자기 삶을 가로막는 환경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있는 힘껏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환경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이 됐든(그게 돈이 됐든, 관계가 됐든) 우린 기존의 환경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기존에 속했던 집단과 새로 향하는 집단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한다. 기존의 집단은 이젠 우리랑 다른 존재라고 말하며 부러움과 질투를 보내고, 새로 향하게 된 집단은 '너는 우리와 다르다'며 우리를 배제할 것이다. 그런 경험을 단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은 이방인의 소외를 가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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