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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Nov 19. 2022

포틀랜드 주말여행

캐나다 밴쿠버에서 떠나는 미국 주말 여행

캐나다의 11월 11일은 우리나라의 현충일 격인 리멤브런스데이(Remembrance day) 공휴일이다. 대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쉰다. 달러 값이 치솟아 미국 여행이 무척 부담이 가지만, 이런 연휴는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돈은 어떻게든 벌 수 있지만, 시간은 절대 벌지 못한다"라는 최면에 가까운 주문을 외워본다. "한국에서 휴가로 왔다면 수백만원이 들었을 것이다"라는 말로 나를 위로 하며 남쪽으로 향한다.


포틀랜드 다운타운

캐나다에서 거주하면서 육로로 미국을 넘나드는 것은 항공 입국보다 매우 수월하다. 캐나다에 거주중이면 출입국 시 공항에서 받던 딱딱한 심사가 아니라 행선지와 숙소를 간단하게 묻는데, 처음 육로로 미국을 넘을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공항과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면, 그 이후 여러차례 차로 국경을 넘으면서 부터는 차에 탄 채 1분도 안 걸리는 문답 몇 마디를 거치면 국경을 쉽게 넘어 갈 수 있었다.


이번에는 포틀랜드.


처음에 포틀랜드를 가려고 기본 정보들과 여행 후기들을 찾아 보았을 때는 그렇게 와닿는 도시는 아니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그렇게 설레지는 않았었는데, 다녀온 뒤 이 글을 적는 시점에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일단 포틀랜드는 세련된 유행을 추구하는 힙스터들을 위한 도시(City of Hipsters)로 불리는, 인구 65만명 정도의 크지 않은 도시이다. MoveHub라는 싸이트에서 선정한 최고의 힙스터들의 도시는 영국의 Brighton and Hove이고, 그 다음으로 포틀랜드가 선정된 점이 좀 특이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그리고 심지어 시애틀처럼 커다란 랜드마크 하나 없는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가 궁금했었다.


Mississippi Pizza: 북쪽에서 내려온다면 포틀랜드다운타운에 도착하기 전에 나타나는 미시시피 거리. 맛집이 즐비한 곳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차로 다섯 시간을 운전하면 포틀랜드 다운타운에 들어갈 수 있다. 다섯 시간 정도면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와 비슷한 것 같고, 실제로 운전을 해봐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단 미국의 고속도로는 과속이 일상화 되었다는 느낌을 받다 보니, 슬로우 시티에 가까운 밴쿠버 보다는 운전이 신경이 쓰이는 편이다. 미국 고속도로는 캐나다 고속도로에 비하면 길도 넓지만 운전도 더 터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포틀랜드의 여행 후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진들은 독립 서점 중에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포웰서점(Powell book store), 부두 도넛 (Voodoo Donuts), 그리고 에이스호텔 옆에 있는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 였다. 사실 이 정도만 둘러봐도 이 도시의 매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건 바로 지역색이 남아있는 도시라는 것이다. 커피만 하더라도, 이곳에는 바리스타, 코아바, 하트 커피 같이 로컬에서 유명한 커피숍들이 많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스타벅스를 갈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포웰서점 & 부두도넛


포틀랜드는 세계화가 획일화하는 공간이 아니라, 로컬의 맛과 멋이 유지되고 있는 도시 중에 하나이다. 이런 느낌은 LA는 물론이거니와 대규모 인구가 밀집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시애틀과는 공간의 결이 다른 것이다. 즉, 프랜차이즈와 대형 레스토랑들이 규격화된 맛과 멋을 뿜어대는 대도시와는 달리 여기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특색이 있는 작은 샵들과 맛집들이 많다.


로컬 커피와 맥주 브루어리, 그리고 맛집들을 다니다 보면, 맥도널드나 파이브가이즈 같은 프렌차이즈들은 물론이거니와 전미에 걸친 거대한 체인 샵들은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심지어 여기서 먹은 허름한 베트남 쌀국수 집도 충격적이었다.


쉽게 말해 이곳은 우리로 치면 강남역 보다는 연남동에 가까운 분위기이다. 그래서 이곳 여행은 지역색을 살리는 식도락 여행이 주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샌프란시스코가 그러하듯 차를 가지고 가면 다운타운의 호텔들은 별도의 주차요금을 받기 때문에, 여비를 절약하려면, 다운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고, 아주 혼잡하지 않은 편이어서 1시간에 2달러 정도로 노상 주차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포틀랜드 시내가 이러하다면, 포틀랜드 교외는 자연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서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를 가면  캐넌비치(Cannon Beach)가 있고, 동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후드리버타운(Hood River)은 3429m의 만년설이 쌓인 후드산(Mt Hood)으로 가는 초입에 있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다. 가는 길에도 멀트노마 폭포 같은 볼거리들도 나타난다.



후드리버 타운에서 남쪽으로 가면 후드 산 쪽이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시애틀 쪽으로 향하는 우회로가 나온다. 고속도로와는 다르게 이 북쪽 구간은 고원 구간을 지나게 되는데, 북미 서부에서 운전을 하면서 보던 풍경과는 생경한 매력이 있었다. 경도로 보면 캐나다 서부에 있는 켈로나와 비슷한 지 캐나다 켈로나와 비슷한 낮은 관목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켈로나와는 달리 길은 높은 고원지대로 뻗어있고 그래서인지 풍경이 많이 낮설었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계속 달리다가 보면 만년설이 덮인 산들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도 나타난다. 11월 초이고 날씨가 좋아서 운이 좋았던 것 같고, 한겨울이라면, 조금 부담스러운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Way back home( 후버타운에서 시애틀로 넘어오는 길)

"웰컴 홈"

미국에서 캐나다에 들어올 때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에 넘는다면 긴 정체를 경험할 수도 있겠지만, 혼잡한 시간을 피해서 넘어오면 재입국은 더욱 수월한 편이다. 그리고 항상 이민관들이 국경을 넘을 때 해주는 웰컴 홈이라는 말이 좋다. 나는 영주권자도 아니고 유학비자로 있는 디아스포라이지만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말은 항상 따뜻하게 들린다.

후버타운(Hover town)


주말에 잠시 바람을 쐬자고 나선 여행은 결국 맛집에 홀리고 멋진 풍경에 혼이 나간 사람처럼 달리다보니 1500킬로미터 운전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생각할 수록 느낌이 은근히 좋은 것은 포틀랜드가 가진 고유한 지역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어디가나 스타벅스와 맥도널드가 즐비한 세계화의 공간은 그 익숙함 너머로 여행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스타벅스 역시 좋아하지만, 내 생애 최고의 커피는 이탈리아에서 연수를 할 때 먹었던 삼대 째 내려온다는 한 노인 혼자 운영하던 허름한 커피집의 커피였다. 기계가 아닌 수제로 끓여서 내놓던 그 집의 마끼아또를 능가하는 커피를 그 이후로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그 맛이 그리워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아 갔을 때 없어진 그 커피집의 자리에서 낙담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공간 위에는 미국풍의프렌치프라이드를 이탈리아식으로 가공해서 파는 감자튀김 집이 생겨있었고, 사실 그런 푸드들은 서울에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유럽을 여행할 때는 지역색이 강한 음식이나 와인이나 맥주들을 따라서 작은 마을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 하물며 역사가 짧은 미국 도시들에서는 강한 지역색을 크게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포틀랜드는 표준화된 대도시와는 달리 유럽 작은 도시들의 북미 버전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볼거리가 아주 화려한 곳은 아니었지만, 집에 와서도 먹었던 것을, 걸었던 그 길을 계속 생각을 하게되는 오묘한 느낌의 도시이다.

G-love (homepage)


회사를 나온 지 만4년이 되어가고, 박사를 시작한 지는 3년차에 들어섰다. 정년을 할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전혀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었을 회사를 나 온 뒤, 내 생각과는 다르게 코로나와 엄청난 인플레이션의 위기가 찾아왔다. 지금 걷는 이 길은 돈만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어렵고 두려운 길이다. 하지만, 사춘기를 맞은 중 2의 딸과 이 시기에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라는 것 그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선물이다. 그리고 미래를 알 수 없어불안한 마음의 뒷 편에는 새로움이라는 선물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 늘 모험하면서 버티며 또 이렇게 한 주를 보냈다. 늘 이렇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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