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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Oct 07. 2023

또 다시 걸어간다.

해외저널에서 날아온 논문 등재 소식   


올해 평판이 좋은 해외 저널에 투고한 두 개의 논문이 통과되어 등재하게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쉬운 과정일 수도 있지만,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일을 하다가


느닷없이

어느날 나이가 들어 다시 영어 학원부터 더듬거리며 시작한 영어와, 그 말로 하는 공부가 쉬울리가 없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다.


급속히 떨어지는 기억력에 대한 두려움과 예전같지 않은  체력과 매일 마주하다 보면,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심연에 닿곤한다.


그런 와중에 졸업시험과 학회 발표 등으로

내 페이스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올 해는

페이퍼 지옥에서 살고 있다.


이번에 투고한 저널은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SSCI급 저널이라고들 하지만,  바다 너머에서는 그런 타이틀과 급 나누기를 잘안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오롯이 나의 성장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살면서 끊임없이 물어오는 대학 타이틀이나,

안정적인 직장, 직급 혹은 그와 유사한 사회적 가치들은

사실 그 자리를 어나면 나와 분리되는

부표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냥,

어제 보다 조금 나은 나로 살 수 있다면,

이대로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전업연구자라기 보다는

현업의 연장선에서 그 시간과 변화를 기록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나를 증명하며 살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환경 속에서, 뛰어난 선후배들과 지냈던 현장과, 직종과 회사 라벨의 가치는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어느 정도 증명을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한다


그리고,

어차피 다양하게 각자 살다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모두 도달하는 지점이 같다면,


안된다고 슬퍼할 필요도, 잘된다고 자만할 이유도 없고,


다만, 그 여정이  내가 하려는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면 그만이지 싶다.

 

산 위에 있는 조프리를 가는 길은 매우 힘들었지만,

그냥 한걸음씩 가다가 보니 이 아름다운 호수가 나온 것처럼,


내가 도달하는 지점에 젊은 날에 꿈꾸던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와중에

이번은 조프리를 지나는 바람처럼 그냥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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