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인절미는 정말 맛있어요!
올해로 연세가 77세인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여전히 일을 하시는 근로자이다.
평생을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한시도 쉬지 않으셨지만 먹을 것만큼도 부지런히 떠시는 분이시다.
매년 이른 봄이 되면 엄마는 아빠와 최근 몇 년 전부터 쑥을 뜯으러 다니신다.
잡곡밥과 김치, 몇 가지나물들로 소담히 담은 도시락을 싸서 모자와 비닐봉지, 그 외 장비들을 챙기고
아빠와 근처 시골로 나들이 간다. 아빠는 엄마가 안전하게 쑥을 뜯을 수 있게 장애가 되는 잔가지를 치우거나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돗자리를 펼쳐놓는다.
두 분이서 오순도순 도시락을 까서 드시고 쑥을 뜯고 차를 마시고 그렇게 돌아온다.
우리 집 설에는 쑥인절미를 꼭 먹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떡방앗간에서 떡을 사면되었지만 엄마는
항상 직접 쑥을 캐서 그 향이 듬뿍 머금는 떡을 드시기 좋아하고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낙으로 설을 즐기신다.
엄마의 자존감은 그렇게 주변 이웃들에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은 엄마가 유일하게 사람과 소통하고 칭찬을 받음으로써 성취감도 상승하니까 말이다.
쑥떡을 나눠주는 설이 낀 그 주에는 쑥떡이 맛나다고 과일을 가져다주시는 이웃, 음료수 한 병이라도 나눠먹자고 주시는 이웃들로 엄마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렇기에 엄마는 음식의 수고스러움을 전혀 고생이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다. 그게 그분의 삶이고 인생이니까.
어느 날 자매인 언니와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 엄마, 올해부터 쑥떡을 안 만드신대. "
나는 화들짝 놀라 눈이 커지며 언니를 쳐다봤다.
"왜? 설날엔 쑥떡인데 왜 안 만드신대? "
"엄마가 이제 떡 만드는 일이 힘드시다고, 엄마 인생에서 이제 쑥떡은 영원히 영업종료라고 하셨어."
납작해진 언니의 목소리가 더욱 나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엄마는 평생을 오늘날같이 먹거리에 발달된 시대에도 여전히 재래식 입맛을 고수하신 분이시다.
엄마의 일생은 쑥떡을 77번을 먹었던 때와 다름없는데 이제는 엄마 맛을 잃는다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나는 엄마에게 감히 쑥떡을 계속해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는 이제 힘이 부쳐서 할 수없다는 말이 사실은 엄마와 내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처럼 다가왔으니까.
언니가 전해준 그 말에서 나는 엄마가 그동안에 보내줬던 쑥떡이 보고 싶어 냉동고를 열었다.
항상 다 먹지 못하고 냉동실에 오래 방치된 쑥떡이 이제 이것뿐이구나 갑자기 소중하게 다가왔다.
엄마에겐 축하인사를 드릴 것이다.
엄마에게 유종의 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엄마에게 더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엄마는 할 수 있는 힘을 다해 쑥떡을 만드셨을 뿐인데 엄마 인생에서 활동 에너지의 종료라고 선언하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팠다. 엄마와 시간을 많이 갖고 엄마 인생의 마무리가 여전히 아름답고 즐거운 일들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꼭 쑥떡은 아니지만 쑥향 같은 딸로 곁에 머물고 싶다.
엄마, 건강하세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