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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기린 Sep 19. 2015

동화책 고르기

권정생 동시<인간성에 대한 반성문 > 그리고 <아기 돼지 삼 형제>

<표지> 레슬리 브룩(Leslie Brooke)의 <아기 돼지 삼 형제>삽화(1904).


 나는 동화책을 읽으며 엉엉 운적이 많다. 그리고 읽다가 소리내어 껄껄껄껄 웃기도 하였다. 그건 동화 담긴 '' 건드리는 무언가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흥미로워할까?"

하는 마음으로 동화책을 고른다.


도서관 독후활동 강사로 일했을 , 그리고 사서로 일하고 있는 현재도, 어른의 잣대로 '읽으면 안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 답답했다.


1. 도깨비, 맹수 이야기가 나오는 동화를 어린이가 읽어도 괜찮다. 심지어 심리학자들은 강력추천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맹수를 더 좋아한다. 어린이 눈에는 세상 모든 어른들이 커다랗기에 맹수를 그냥 어른처럼 이해한다.  또한 서운 상황 이겨내는 동화는 어린이에게 담대한 마음 러준. 도깨비는 친구다. 호랑 이야기는 숱한 고난을 이겨낸 우리나라 사람들 무의식 이다. 전혀 해가 없다.


2. 어른에게 불편하다고 아이들에게 불편하리라는 생각을 버리자. '금기'는 창의력의 적이다. 혹시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 것이 싫은가? 그래도 책으로 읽는 것이 낫다. 그리고 어른 생각과  아이들은 자기 나름 대로 이해하고 겨버린다. ' 맞는 ' ' 싫은 ' 있을 뿐이다. 


3.  동화는 사실,  예전엔 시민들을 깨우치기 위한  도구였다.  어린이가 가르침의 대상만은 아닐 것이다. 줄거리를 반복해서 확인하면 아이들은 책 읽기를 학습으로 여긴다. 같은 맥락에서, 동화가 긍정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필수일 필요는 없다.  아무거나 아이가 읽으면 읽히자. 자꾸 같은 것을 읽어도  상관없다.


잠시 故권정생 선생님 동시 한 편을 소개한다.


     인간성에 대한 반성문 / 권정생

           「빌뱅이 언덕 / 권정생 지음, 창비」

도모꼬는 아홉 살

나는 여덟 살

이 학년인 도모꼬가

일 학년인 나한테

숙제를 해달라고 자주 찾아왔다.


어느 날, 윗집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도모꼬는 나중에 정생이한테

시집가면 되겠네

했다.


앞집 옆집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두 쳐다보는 데서

도모꼬가 말했다.

정생이는 얼굴이 못생겨 싫어요!


오십 년이 지난 지금도

도모꼬 생각만 나면

이가 갈린다.


위에 동시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겠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은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에서 '성자'로 일컬어지는 분이다. 그러나 이렇게나 솔직히 쓰셨다. 이 글엔 동심이 있으면서도 어떤 어린이가 되라는 단 한 마디 조언도 없다. 동화도 그거면 된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아기 돼지 삼 형제>이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을 때 무척 인기 많았던 책이다. 1시간동안 5번을 읽었는데, 3,4살 꼬마서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어린이들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엄마 손 잡고 억지로 온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아기 돼지 삼 형제>의 원작자는 거의 조지프 제이콥스로 되어있다. <아기 돼지 삼 형제>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온 민담에 바탕을 둔 이야기여서 어느 개인을 원작자로 내세우기 어렵다. 하지만 구전민담을 맨 처음 글로 기록한 사람을 원작자로 간주한다면, 원작자는 제이콥스가 아니라 핼리웰-필립스(J.O. Halliwell-Phillipps)다. 다시 말해 제이콥스는 원작자가 아니라 편찬자일 따름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일부 책들은 디즈니 본에 바탕을 두었다. 핼리웰본과 디즈니 본은 줄거리 자체가 매우 다르다. 핼리웰 본에서는 첫째돼지와 둘째 돼지와 늑대가 모두 죽지만, 디즈니 본에서는 이 세 동물이 모두 목숨을 건진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달라지면 그 안에 담긴 세계관이 달라진다. 디즈니 본에서 늑대가 목숨을 건진 것은 아직도 위험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강한 자아가 요구된다.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김환희 지음, 창비, 281,282쪽 인용.


원작 이야기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부분은  첫째, 둘째 돼지가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다. 어린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염두에 둘 것은 첫째, 둘째, 셋째 돼지 순서가  '인간의 성장'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 돼지에게 이름이 없으며, 셋째 돼지가 가장 형님이다.

옛이야기의 매력1/ 브루노 베텔하임 지음, 시공주니어, 75,76쪽 인용.

<그림> 아기돼지 삼형제/ 핼리웰 본 원작 피에르 코뉘엘(Pierre Cornuel) 글,그림, 웅진다책.


 엄마 돼지가 어느 날, 아기 돼지 삼 형제에게 혼자 살아가라고 한다. 엄마는 늑대를 조심하라는 당부도 한다.

첫째 돼지는 짚단을 지고 가는 아저씨에게 짚을 얻어 집을 짓는다. 늑대가 숨을 들이쉬고 후우~불자 집이 홀라당 날아간다. 늑대는 첫째 돼지를 한입에 꿀꺽 삼킨다.

둘째 돼지는 나뭇단을 지고 가는 아저씨에게 나뭇단을 얻어 뚝딱뚝딱 망치질을 해서 집을 짓는다.

그러나 늑대게 숨을 크게 들이쉬고 후우우~불자 집이 훌러덩 날아가 버린다. 늑대는 둘째 돼지를 한입에 꿀꺽 삼킨다.

셋째 돼지는 벽돌나르는 아저씨를 찾아간다. 그리고는 오랜 시간 동안 땀 흘려 집을 짓는다.

늑대가 나타나 후우우우~불고, 불고, 또 불었지만 집은 꿈쩍 하지 않는다.

늑대는 셋째 돼지를 집 밖으로 꾀어내기로 한다. 늑대는 셋째 돼지에게 순무 밭에 가자고 다정하게 말한다. 셋째 돼지는 다음 날, 늑대와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순무를 깨러 간다. 그 다음 늑대는 사과를 따러가자고 한다. 셋째 돼지는 다음날에도 늑대와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사과를 따러간다. 사과를 따서 막 내려오는데, 늑대가 다가온다. 셋째 돼지는 사과를 멀리 휙 던진다. 그러고는 풀쩍 뛰어내려, 재빨리 집으로 돌아간다.

늑대는 또 셋째 돼지에게 시장에 구경가자고 한다. 셋째 돼지는 이번에도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장에 간다. 그리고는 커다란 버터 통 하나를 사서 늑대가 다가오자 늑대를 향해 통을 굴린다. 늑대는 진짜로 화가나서 셋째 돼지네 집 굴뚝으로 기어오른다. 하지만 셋째 돼지는 얼른 불을 피워 커다란 솥에 가득 물을 끓인다.

셋째 돼지는 저녁으로 맛있는 늑대 수프를 먹는다.


원작자인 핼리웰이 공들여 이야기한 부분은 후반부다. 아기 돼지는 바깥에 늑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집 안에만 머물지 않고 바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위험이 닥칠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슬기를 모아 위기를 극복한다. 이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가르친다. 어린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사악한 존재가 참혹한 죽음을 맞는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김환희 지음, 창비, 283, 284, 286쪽 인용.


놀이터에 나와있던 어린이들이 내가 읽어준 <아기돼지 삼형제>를 왜 그렇게 재미있게 들었던 걸까?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래라 저래라 하지않는 가운데, 듣기만 해도 의지가 불끈 생기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어린이의 마음 대로 원하 책이  많아지면 좋겠다. 화를 통해 마음 단단해지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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