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피터팬(2013)>, 레드벨벳 <행복(2014)>
<표지> 피터팬 원작, 메이블 루시 애트웰 그림.
나는 아이돌 가수들이 '동화스러운' 콘셉을 가지고 나오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동화를 어떻게 풀어내고 담았는지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오렌지 카라멜, 크레용팝 무대 위 표정이나 의상은 어린이 뮤지컬 배우 같다. 남자 그룹 안무는 영웅vs 악당 콘셉이 유독 많다. 아이유의 '분홍신'은 가사부터 의상, 안무 등 전반적인 것을 모두 동화 빨간구두에서 빌렸다.
엑소(EXO) 1집에 수록된 '피터팬'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참고>https://youtu.be/jBjxedOaB_w
(사진은 팬카페에서.)
피터팬/ EXO , 홍지유 작사, 2013.
낡은 일기장 먼지를 털어내 문득 펼친 곳 그 속엔
해맑게 네가 있어 아직 넌 그대로 여기 남아있어
잊고 지냈던 그림이 떠올라 작은 떨림이 내 몸 샘솟아
좀 서글프긴 해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게
* 널 찾아간다 추억이 보낸 팅커벨 따라나섰던 Neverland
그 곳에 내가 너와 바라보며 웃고 있어
난 영원한 너의 피터팬. 그 시간에 멈춘 네 남자
서툴지만 너무 사랑했던 나의 너에게 다녀가
널 많이 괴롭혔던 짓궂은 악당 모두 물리쳐준 기억이 생생해
그 순간부터 너의 맘을 얻고 나눈 키스까지 내 맘은 항상 구름 타고 날았지
너는 웬디 신데렐라보다 예뻤지 가슴 뛰게 만든 단 한 사람 널 느끼니까 두 눈이 빛나
* Repeat
(함께했지만 잡고 싶지만 손 내밀지만 Oh 넌 멀어져 가 떠나지 마 그때 내가 있잖아 여기 Oh 어디 있을까)
분홍빛 감도는 얼굴 구름 위를 걷는 기분 Baby boo 내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림 같던 You
그때 너의 눈은 살며시 웃어줬던 것처럼 지금도 내 마음의 한 켠에 열린 창문에 네가 날아와준다면
내 동화 속 담아 논 널 여전히 맴도는 Sweety girl 아직도 떨려 가슴 한켠 너 없는 이곳은 외로운 섬
내 기억 속 적어 논 널 지워지지 않는 Pretty girl 아직도 설레여 가슴 한켠 너 없는 이곳은
시계의 태엽 도는 사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널 써내려간 마지막 한 장을 넘겼지만 더 읽어낼 용기가 안나 슬픈 글은 지워낼 거야
우리 얘긴 끝이 아닐 거야. 다시 만나볼 테니까
한 남자가 일기장 속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한 소녀를 그리워하고 있다.
마치 피터팬이 웬디에게 쓴 연애 편지같다.
사실 동화 속에서 피터와 웬디는 연애하는 사이와는 조금 다른 감정을 가진다.
원작자 제임스 매튜 배리는 유년 시절 형의 죽음으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오랫동안 죽은 형의 옷을 입고 살았다. 그리고 형이 죽던 때 150센티미터가 채 되지않던 키가 그 뒤로 한뼘도 자라지 않았다. 피터팬과 웬디의 사랑은 그래서 거의, '아들과 어머니'의 사랑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피터팬은 어른들을 아주 싫어했다. 웬디가 어른이 되자 피터팬은 흐느껴 울었다. 그리곤 웬디의 딸 제인이랑 놀았다.
다음은 레드벨벳의 '행복'이다.
<참고>https://youtu.be/JFgv8bKfxEs
(사진은 http://redvelvet.smtown.com/)
레드벨벳은 엑소와 같은 소속사이다. 그리고 구성원 중에 '웬디'도 있다. 엑소의 피터팬 이후 1년 뒤 데뷔하였다.
행복 / Red Velvet, 유영진 작사, 2014.
내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좀 말해 볼까
아침에 난 잠을 깨 엄마께 사랑한다고 말해
(어휴 착한 내 딸아)
졸졸 나를 따라온 happy가 너무 귀여워서 행복해
(uh 얘가 말한대)
어른들이 짠해 보여 그들은 정말 행복하지 않아
달라 달라 나는 좀
해보고 싶음 그냥 하고 말지
고민 고민 하다가 어른이 되면 후회 많을 텐데
어제 오늘 내일도 행복을 찾는 나의 모험 일기
달라 달라 나는 좀
긍정의 힘을 나는 믿고 있지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Happiness!)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난 원해)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꿈꾸자)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re you happy, uh?)
학교 가는 길에 만난 친구
내게 달려와서 팔짱 끼고 웃어주니 좋고
끼리끼리 모여 장난치던 남자애들
내가 지나가니 의식해서 좋고
잔소리하지만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단 엄마
hey hey TV 속에 싸움밖에 모르는
점점 더 좋은 걸 난 나라서 행복해
더 기분 좋은 건 내 곁에 너 있단 거
(uh, what you wanna be)
이 노래는 마치 어린 시절 '피터팬'을 만나 모험을 한 웬디가, 청소년이 되어 부른 것 같다.
어른들이 행복해보이지 않으니 현재의 행복에 만족하며, 꿈꾸며 살겠다는 말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동화 피터팬처럼 엄마 이야기가 나온다. 웬디의 엄마 달링 부인은 아이들의 머릿속을 차곡차곡 개어주는 사려깊은 여성이다. 딸들이 엄마가 되면 반드시 자기 엄마를 닮는다. 웬디가 엄마가 되었을때도 달링부인처럼, 딸의 머릿속을 자주 들여다보았다.
또한 '행복' 노래의 주인공은 동화 속 웬디처럼 행복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고 했다. 피터팬은 웬디와 동생들이 엄마에게 옛날이야기를 들을때 엿들으러 왔다. 그런데 피터팬이 요정들과 친구인 것을 흥미로워한 웬디가 자신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네버랜드에 따라 간 것이다. '행복'의 주인공과 일치하는 점이다.
동화속 웬디는 네버랜드에 가서 누나 노릇은 물론 엄마 역할도 한다. 아이들이 해적들과 밤늦게까지 싸우다 들어온 날엔, 잘 시간이 한참 지났나고 소리를 지른다. '행복'의 주인공 엄마처럼 말이다.
한편 모험을 했을 당시 웬디는 꼬마였다. '행복'의 주인공이 학교를 즐겁게 다닌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화 속 웬디는 꼬마 다음 엄마, 그 다음엔 할머니가 된다. 그러니까 '행복'은 웬디의 비어있는 시절을 상상하게 한다. 알록달록 개성있는 레드벨벳의 모습과 함께 말이다.
피터팬에 관한 다음 노래도 나오면 좋겠다.
아이들의 개 유모 '나나' 입장을 대변하는 곡은 어떨까. 누구보다 완벽하고 안전하게 아이들을 돌보았지만 주인의 오해로 집밖에 내쫓기고, 개줄에 묵였기에, 아이들이 네버랜드에 날아가는것을 막지 못했다.
아이들 아빠 '달링씨'에 대한 곡이 나오면 어떨까. 그는 아들과 함께 약 먹기로 했다가 약을 먹기 싫어 개 밥통에 버린 소심한 남자이지만, 아이들이 사라진 후 죄책감에 사로잡혀 개집에서 꼼짝 않고 살아갔다.
아무튼 난 동화 콘셉 곡이 정말 좋다. 앞으로도 많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참고한 피터팬 책은
제임스 매튜 베리 글, 메이블 루시 애트웰 그림, 김영선 옮김,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