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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en Maker 배원열 Jul 06.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18화 패널 고공작업!! 이제 벽이 생기다.

세 번째 패널층부터는 고공작업의 시작이다.


2층 골조작업과 A형 트러스 골조 작업으로 고공에서 반년 이상을 보내서 일까? 사다리를 타고 3m 이상의 높이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패널 작업은 골조 용접 작업과는 다르다.

우선 패널의 면적이 넓다 보니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바람이다.

패널의 면적이 넓다 보니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패널이 공중에 매달린 채로 돌아간다. 패널 무게 플러스 바람의 영향은 현장에서 큰 사고로 이어지는 위험요소이다.


그러한 이유로 패널을 들어 올릴 때 양쪽 끝을 밧줄로 묶어 좌우로 돌아가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 있게 밧줄을 당겨 잡아 주어야 한다. 그리고 패널이 올라갈 때 1단 2단 벽패널에 닿아 손상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진에서 보면 좌측에 아내 우측에 어머니 두 사람이 이 역할을 담당했다.


두 번째는 패널을 들어 올리는 방법이다.


보통 공사 현장에서는 크레인을 이용하여 패널에 슬링벨트(또는 밧줄)를 감아 들어 올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방법을 권해주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경험이 없었기에 다른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의 선택은 전동윈치를 이용해 올리는 방법이었다.

이 순간을 위해 전동윈치를 인터넷으로 미리 구입해 두었고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지 패널 구입 전 상담을 받을 때부터 고민했었다.


우선은 전동윈치를 패널이 설치될 위치의 중앙부에 설치하는데 골조상부 도리의 높이 보다 최소 1.5m 이상의 높이에 설치를 해야만 마지막에 설치할 패널을 지정된 위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2층바닥에 거푸집을 깔아 임시바닥으로 사용했는데 바닥 거푸집각관도리에 잭파이프 서포트를 고정시켜 놓고 거기에 전동윈치를 설치하였다.

세 번째는  패널을 들어 올릴 때 튼튼하게 잡아 줄 패널클램프 설치이다.


무겁고 넓은 패널은 강력하게 잡아야 한다. 패널이 올라가다가 고공에서 놓쳐 떨어진다고 상상해 보라. 아마 상상도 하기 싫을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일주일도 넘게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냈다. 패널을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을 녀석!! 바로 '패널 클램프'의 발견이다.

패널클램프 제작자는 아마도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이 든다. 본인의 시공 노하우를 도구로 만든 것 같다. 패널의 함석(철판) 부분의 밴딩(철판을 휘다) 구조에 맞게 패널클램프의 서포트(철판을 잡는 부분) 모양이 잘 잡을 수 있도록 굴곡지게 만들어져 있어 한번 클램핑(조이다) 하면 절대 빠지지 않을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패널클램프 만드신 분이 정말 존경스럽다. 덕분에 우리는 큰 수고를 덜었다.

다만 패널클램프를 함석에 고정시키려면 단열재 일부분에 손상이 가야 하지만 손상된 단열재 부분은 우레탄폼이라는 녀석으로 충전하여 메울 수 있다.

'패널클램프' 를 패널에 클램핑한 모습

사실 패널클램프를 알기 전에는 L클램프를 이용했다.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는데 L클램프의 긴 로드(긴쇠) 부분이 작업을 하는데 걸리적거렸다. 그리고 고공에서 미세하게 풀리거나 미끌리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패널클램프를 찾은 것이 이번 작업에 신의 한 수였다.

처음 L클래프로 조였던 모습

그리고 패널클램프는 반드시 두 개 한조로 사용하여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두 개의 패널클래프를 와이어줄(쇠줄)로 풀리지 않도록 와이어클램프로 조여준 다음 전동윈치의 훅을 와이어줄에 걸어준다.

이제야 패널을 고공으로 안전하게 들어 올릴 준비가 완료되었다.


아버지는 전동윈치의 작동버튼을 이용해 패널을 끌어올린다.

어머니와 아내는 패널클램프에 묶어 놓은 밧줄을 양쪽에서 당기며 패널이 올라갈 때 균형을 잡는다.

패널이 끼워질 위치까지 올라가면 나와 아버지가 패널을 정확한 위치에 끼워 넣는다. 이때 패널을 끼워넣기 위해서는 패널을 정해진 위치 보다 조금 더 높이 올렸다가 내리면서 패널의 수놈 부위에 암놈 덮개를 끼운다.

이제 나는 고소작업 안전띠를 착용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직결나사로 패널을 뚫고 지나가 기둥 각관을 뚫고 들어가면서 패널을 고정시킨다.


고소작업 안전띠를 착용하고 사다리에 올라서서 직결나사를 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을 주어 밀면서 직결나사를 박아야 하는데 힘을 주기에 알맞은 자세도 안 나오고 사다리 위에서 체중을 실어 밀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때로는 아버지께서 사다리 위에 있는 아들을 잡아당기며 힘을 쓸 수 있게도 해 주셨지만 그마저도 고공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결나사를 박는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구가 좋아야 한다. 이 당시엔 공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공구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는 얕은 지식으로  니켈카드뮴 18V짜리 배터리를 탑재한 무선 충전드릴과 고공작업에 분리한 유선 220V 함마드릴을 가지고 고군분투했다.

확실히 고공작업에서는 무선 공구가 안전하고 기동성도 뛰어나고 고공에서 몸을 움직이기에 편하다.

무선 충전드릴의 배터리 두 개를 사용했지만 배터리의 사용시간이 짧아 유선드릴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 못하는 사람이 공구탓 한다고 했던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공구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나는 지식과 경험이 없었기에 공구 탓을 할 상상도 못 하던 수준이었다.


건물의 외벽 중 전면과 후면은 직각사각형의 형태여서 벽면 최상단의 패널 사이즈 측정과 절단이 비교적 쉬웠다. 양옆면의 상단 부분은 박공형태여서 직각삼각형으로 절단하여 작업을 해야 하는데 사전에 CAD프로그램으로 정확한 치수를 얻었지만 역시 현장은 컴퓨터 속 그림 그리기와 다르다.

현장의 실측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고 오차범위에 따른 다른 변화된 사항을 체크해야 했다. 역시 현장은 다양한 변수와의 전쟁이다.

실측하고 확인하고 직각삼각형의 대각선을 절단하여 마우스 커서처럼 벽면에서 움직이며 직결나사를 박았다.

이렇게 건물 외벽 패널시공이 끝이 났다. 아직 지붕이 없지만 진짜 건물이 다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정말 건물내부라 말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아늑하고 조용했다. 각종 공구와 건축자재 쓰레기들이 즐비하지만 느낌은 참으로 포근했다.


건물 내부에서 천장을 바라보면 파아란 하늘이 보였다. 그 하늘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지금도 그 순간의 하늘이 잊히지 않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파랬다.


벽면에 붙어 보낸 시간이 오래여서인가? 피로가 몰려왔다.

온몸이 쑤시고 특히 어깨와 팔이 내 것이 아닌 느낌이었다.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데 내일은 지붕패널이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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