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빗물받이 설치-1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해보자.
2018년 1월, 지붕 패널 시공을 마치며 “이제 지붕 위 작업은 끝이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출퇴근하며 건물을 지켜보니,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눈에 띄었다.
처마 밑에서 매일 아침 떨어지는 ‘이슬물’이다.
자연스럽게 맺히는 결로라고 가볍게 넘겼지만, 문제는 빈도와 양이었다.
결로가 “가끔” 생기는 수준이 아니라 1년 365일, 아침마다 205.2㎡ 지붕 전체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봄·여름·가을에는 오전 9~10시가 되면 비가 오듯 물이 떨어졌고, 동·서·남쪽은 볕이 잘 들어 금방 건조됐지만 북향 바닥은 하루 종일 젖음 → 이끼 급속 번식 → 외벽 및 창호 오염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영월의 겨울은 더 문제였다.
처마 끝에 쌓인 눈이 녹았다가 한 번에 떨어지는데, 무게가 큰 얼음덩어리가 되어 추락하니 매우 위험하다.
게다가 북향 바닥은 해가 닿지 않아 얼음 → 다시 얼음 → 더 두꺼운 얼음의 순환이 이어졌다.
매년 그 얼음을 깨 내는 것도 상당한 노동이었다.
결론은 하나.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빗물받이(홈통) 설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빗물받이를 구매하기 위해 패널 전문 업체를 찾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부속품 구매 정도라 생각했지만, 상담을 받아보니 구조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주택은 규격화된 홈통 시스템(100mm·125mm 표준 규격)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 건물은 공장용 대형 패널 구조라 일반 규격으로는 치수가 맞지 않았다.
빗물받이 시공에 필요한 구성은 다음과 같다.
빗물받이(홈통)
빗물받이 받침 브래킷(일명 ‘까치발’)
물홈통(버티컬 다운스파우트)
선홈통 및 엘보(45°·90°)
선홈통 잡이쇠(다운스파우트 고정 클램프)
빗물받이 잡이쇠(홈통 고정 브래킷)
홈통 시공은 실제로는 패널·함석 시공자가 수행하는 전문 분야이며, 특히 공장형 큰 빗물받이를 사용할 경우 현장 여건에 맞게 절단·성형·고정 작업을 모두 직접 해야 한다.
패널 업체에서 제공되는 건 오직 빗물받이 본체와 까치발 브래킷뿐이었다.
물홈통, 잡이쇠, 엘보류는 따로 발품을 팔아 영월·제천을 돌아다니며 구매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테인리스 가격이 폭등해 있었다.
초기 예산보다 거의 두 배 비용이 필요했다.
그래도 결로와 폭포수 현상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기에 결국 자재를 모두 준비했다.
공장형 빗물받이는
배수구(물 떨어지는 구멍)가 기본 적용되어 있지 않고
양쪽 끝을 막는 엔드캡(end-cap)도 별도로 판매되지 않는다.
패널 업체 말로는
“그건 현장에서 직접 밴딩(절곡)해서 쓰는 겁니다.”라고 했다.
패널·함석 시공에서는 밴딩 성형이 필수다.
끝막이를 만들고, 물홈통이 연결될 구멍을 내고, 홈통이 물을 흘리지 않도록 접어 올리고…
모든 걸 현장에서 직접 가공해야 한다.
빗물받이 1개 길이는 3m.
남·북향 처마길이를 모두 감안하면 각 방향에 7개씩 총 14개의 빗물받이가 필요했다.
동·서 끝단은 직접 절단·절곡을 해서 막았고, 배수구는 선홈통을 자르고 남은 스테인리스 자재로 구찌(배수용 소켓)를 제작해 끼웠다.
스텐 0.5~0.6T 소재는 강도가 좋아서 쉽게 구부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가공하는 데 상당한 힘이 들었지만, 완성된 구찌를 보니 시중 제품보다 훨씬 튼튼했다.
이제 드디어 설치에 들어갔다.
첫 단계는 까치발(빗물받이 받침 브래킷) 설치다.
약 1m 간격으로 총 19개 설치해야 했다.
문제는 까치발을 건물 최상단에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6m 높이에 사다리를 세우고 작업해야 한다.
처음 몇 번은 다리가 떨렸지만 사실 건축을 하다 보면 고소작업에도 점점 익숙해진다.
아래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사다리를 잘 잡아주면 큰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역시 현장은 늘 변수 투성이다. 사다리를 놓으려는 자리마다 석분(파쇄석)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석분 위에 사다리를 놓으면 위험하니 안전하게 설치하려면 석분을 모두 치워야 했다.
혼자였으면 2시간은 걸릴 일을 셋이서(나 + 두 아들) 삽을 들고 달려드니 20분 만에 해결했다.
애들이 3년 사이 훌쩍 커서 이제는 제법 힘도 쓰고, 현장 일도 스스로 도와줄 만큼 든든해졌다.
그렇게 다시 빗물받이 설치를 재개했다.
까치발 19개 설치 작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공구는 무선 임팩트 드라이버였다.
철재 패널 상단부에 브래킷을 일정 간격으로 시공하려면, 힘과 정밀도가 동시에 필요한데—임팩트 드라이버는 이러한 조건에 가장 적합한 도구다.
특히 스테인리스 브래킷을 패널 프레임에 체결할 때는 초반 홀딩 토크와 후반 체결 토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므로 유선 장비보다 무선 임팩트가 현장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아내는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남편의 공구를 무선 임팩트 드라이버를 선물해 주었다. 이것이 사다리 위에서 하는 작업의 효율을 엄청나게 높여주었고 덤으로 힘도 덜 들이고 안전도 함께 챙기게 되었다.
현장 작업에서는 이러한 공구가 효율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작업자의 추락·전도 위험을 현저히 낮추는 안전 확보 요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6m 고소 작업에서는 사다리의 미세한 흔들림도 작업 정확도와 체력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안정화 작업은 시공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결국 까치발 시공이 큰 문제없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적절한 장비 선택과 함께, 작업 동선을 이해하고 미리 대처해 준 보조자의 역할이 기술적·안전적 측면 모두에서 중요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까치발 설치를 무사히 마무리하였고 우리는 다음날 있을 작업을 철저히 준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