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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63화 2층 현관문을 설치하다.

by Wooden Maker 배원열

현관문을 산 다음날,
아침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우리 집 2층에도 문이 생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동안 1층 내부에서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오르내리던 날들이 스쳐갔다.
자재를 들고, 공구를 들고, 몸을 비틀며 사다리 위를 오를 때마다 “오늘은 그냥 쉬자…” 싶은 마음이 천 번도 더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계단이 생겼고, 이제 그 계단 끝에 현관문까지 생긴다.

작은 변화이지만, 집 짓기에서는 이런 ‘작은 변화’가 삶의 질을 확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된다.


문구멍을 내는 일부터 시작!

구입한 현관문의 규격은 가로 1200mm × 세로 2400mm.

우선 패널 벽에 문이 들어갈 정확한 위치와 크기를 표시해야 한다.
먹줄(요즘은 초크라인)로 팅! 하고 선을 긋는다.
현장에서는 이 도구만큼 ‘깔끔한 직선을 만들어주는 친구’가 없다.

선은 정확히 나왔다. 이제 진짜 일 시작이다.


그라인더, 컷쏘, 그리고… 첫 햇살

그라인더에 패널 절단 전용날을 끼우고, 선대로 철판을 잘라낸다.
안쪽 철판, 바깥 철판, 그리고 그 사이의 단열재까지~

단열재는 보통 커터칼로 잘라도 되지만 나는 컷쏘를 활용했다. 이게 생각보다 속 시원하게 잘 잘린다.

철판과 단열재를 제거하고 내부에서 외부 방향으로 푹—!

그 순간,
벽에 커다란 사각형의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들어오는 외부의 빛은
정말… 눈부시게 밝았다.

“우리 2층에… 드디어 햇빛이 들어온다.”

작업 중이었지만 아내와 나는 한참을 빛을 바라보며 감격했다.
(아직 현관문도 달지 않았는데… 둘 다 상상력이 풍부하다 ㅋㅋ)


U 바, 우레탄폼, 실리콘 — 빈틈을 메우는 기술

이제 잘려나간 패널의 단면을 정리할 차례다.

패널의 단면은 깔끔하지 않기 때문에 아연 U 바(U-Channel)를 규격에 맞게 잘라 각 면에 덮어 준다.
그리고 틈에는 우레탄폼을 가득 채운다.

우레탄폼은 건축 현장에서 아주 유용하다.
틈 생긴 곳이면 어디든 들어가 막아주고, 굳고 나면 단열·기밀·방음까지 도와준다.
집 짓기의 ‘숨은 MV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널 절단 시 안쪽과 바깥쪽 철판을 정확히 ‘딱’ 맞게 자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차범위를 의도적으로 준다.
(현장에서는 1mm 맞춘다고 정신을 갈아 넣는 건 비추다…)

U 바는 문틀보다 1mm 크게, 패널은 문 규격보다 약 10mm 크게 잘라 설치가 ‘부드럽게’ 이뤄지도록 한다.

그리고 틈새는 우레탄폼과 실리콘이 마무리해 준다. 이것이 현장의 방식이다.


“맞췄다… 딱 맞다!”

U 바까지 시공이 끝나면 드디어 현관문을 들고 올라올 차례다.

전날, 등에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느라 혼이 빠졌던 그 문!! 드디어 그 문을 프레임에 맞춰 넣는다.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문을 밀어 넣는 순간—

“딱!”

아무 틈도 없이 정말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전율이 일었다. 이 맛에 현장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아내는 옆에서 말했다.

“이럴 때 보면 당신이 천재인지 미친 사람인지 헷갈린다니까…”


고정, 기밀, 마감 — 문은 이제 집의 일부가 되었다

문이 서 있기만 한다고 끝난 건 아니다.
아연 U 바와 문틀을 직결나사로 상하좌우 튼튼하게 고정한다.
이 고정이 제대로 되어야 비바람에도 문이 흔들리지 않는다.

마감작업은 실리콘으로 마무리했다. 틈이 거의 없어서 작업 난이도는 낮았다.
이제 문은 집과 ‘하나’가 되었다.


“와~ 문 생겼네! 이제 여기서 살아도 되겠다!”

다음날, 작은 아이가 현장을 보러 왔다.
방금 설치된 현관문을 보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외쳤다.

“우와~ 문 생겼네!
이제 여기 와서 살아도 되겠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정말 멀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쫙 풀렸다.

문 하나 달았을 뿐인데, 집은 한층 더 ‘집’ 답게 변해 있었다.

우리는 또, 한 걸음 나아갔다.


다음 이야기

내 집짓기 예순네 번째 이야기 – 빗물 좀 어떻게 해라!!

2층 외벽을 타고 흐르는 빗물과의 전쟁 이야기.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한 집 짓는 사람의 기록.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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