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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62화 2층 현관문 구하러 삼만리~

by Wooden Maker 배원열

계단이 완성되고 나니, 비로소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은 1층 내부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2층으로 들어갔다.
그 사다리 위를 공구를 들고, 자재를 들고 오르내리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한 번 작업을 하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했고, 그렇게 고생을 해봐야 겨우 작은 일 한 가지를 끝내는 수준이었다. 몸은 피곤하고, 효율은 떨어졌다.

하지만 이제 외부 창고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생겼으니, 올라가는 길은 생겼다.
문제는 아직 2층으로 진입할 ‘문’이 없다는 것이었다.


겨울, 그리고 생활공간 공사 준비

계절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계절, 외부 창고 공사는 잠시 멈추기로 했다.
대신 우리 가족이 실제로 머물게 될 2층 내부 공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 번째 목표는 명확했다.
“현관문 설치!”
2층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만들어야 했다.


‘무슨 문이 이렇게 비싸?’

인터넷에서 현관문 가격을 검색하고는 깜짝 놀랐다.
“문이 무슨, 문값이 이렇게 비싸?”
물론 그건 문을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기밀성, 단열, 방음, 내후성 등 모든 요소가 문값에 녹아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그때는 그냥 입에서 자동으로 “비싸다”가 튀어나왔다.

지갑은 여전히 가벼웠고, 자재값은 코로나19 이후 폭등했다.
이럴 땐 답은 하나.
‘발품.’


진주를 찾는 발품

아내와 나는 차에 올랐다.
“제천 시내를 한 바퀴 돌면 뭐라도 나오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내를 돌았다.

그러던 중 길가에 현관문을 전시해 놓은 가게를 발견했다.
주저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인터넷에서 대략의 시세를 알고 갔기에, 판매자가 제시하는 가격이 어느 정도 현실적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몇 군데 더 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눈에 들어온 코로나 이전에 매입해 둔 재고 현관문.
디자인은 90% 마음에 들고, 가격은 100% 마음에 들었다.

그 자리에서 아내와 눈을 마주쳤다.
말이 필요 없었다.
“이거다.”
우리는 곧장 화물차 적재함에 문을 실었다.

가격은 싸지 않았지만, ‘좋은 걸 저렴하게 구했다’는 쾌감이 있었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기분이랄까.
그날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이걸… 들고 올라간다고?”

집에 돌아와 보니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관문을 2층까지 옮겨야 했다.
그런데 이 녀석, 생각보다 무겁다. 정말 무겁다.

아내와 둘이 들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위험했다.
문틀 프레임이 얇고 단단해서 손에 통증이 왔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한 번에 끝내자.”

장갑을 두 겹 끼고, 문틀을 등에 지고, 양손으로 단단히 잡았다.
몸 전체가 긴장했다.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 번에 올라가야 한다.’
숨을 고르고, 한 발 한 발.
18개의 계단을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마지막 계단에 올라 문을 세웠을 때,
허리에서 땀이 쏟아지고, 온몸이 후들거렸다.
그런데 웃음이 났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새 하고 있고, 결국 해내고 있네.”
나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넌… 미쳤어.”

그때 아내가 계단 아래에서 큰 숨을 내쉬었다.
“휴… 끝났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내일로 미룬 하루

해는 이미 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의 긴장이 풀리자 손끝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현관문은 2층 벽에 세워두었다.
오늘의 미친 용기가 내일의 문을 열 준비를 끝냈다.


작은 결심, 큰 의미

하루를 마치며 생각했다.
집을 짓는다는 건,
결국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내가 해냈다!’는 확신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현관문 하나 들고 계단을 오르는 일 같지만,
사실 그건 내 한계를 시험하고,
두려움을 뛰어넘는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내일은 드디어, 그 문이 제자리에 달릴 차례다.
우리 가족의 첫 2층 현관문, 그 문을 여는 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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