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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61화 옥상 오르내리기 좋아졌다. 계단 만들기 2편

by Wooden Maker 배원열

재료 준비가 끝나고 계단 조립에 들어가려는데, 첫 번째 난관이 생겼다.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의 바닥이 무려 10cm나 높았다.
“현장은 언제나 변수와의 전쟁이다.”
단순히 10cm를 낮추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계절은 한겨울.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 속에서 땅은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한 얼음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얼어붙은 대지와의 전쟁

가로 1800mm, 세로 300mm, 깊이 100mm의 얼어붙은 흙을 파낸다고 상상해 보라.
그건 삽질이 아니라 싸움이었다. 처음엔 “이 정도쯤이야” 하고 ‘내기’를 들었다. 여름엔 흙을 다루기 참 좋았는데, 이번엔 흙이 아니라 돌이었다.
홉바를 들고 찍었더니 홉바가 튕겨 나왔다.

결국 전동공구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로터리 함마드릴’ 등장.
“이거면 되겠지” 했지만, 흙이 아니라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로터리함마로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정(錠)을 꽂아 오함마로 내리쳤다.
얼어붙은 흙덩이가 조금씩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내도 나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홉바를 잡고 몇 번 찍다 포기하더니, 잠시 후 끓는 물을 들고 나왔다.
“이거 녹여보자.”
아내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물을 붓자마자 얼음이 되었다.
“뜨거운 물조차 얼어붙는 혹독한 추위라니.”

잠시 후, 나는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봤다.
아내가 로터리함마로 구멍을 뚫고, 정을 꽂고, 오함마로 내리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정말 못 하는 게 없다.”
그녀의 손에는 흙이 묻어 있었고, 땀인지 김인지 모를 김이 올라왔다.
계절의 실패는 10분이면 끝날 일을 8시간짜리 전투로 바꿔놓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다시 배웠다.
겨울엔 땅을 파지 말자.


다시 구조로 돌아와서

결국 바닥의 수평을 잡고, 계단의 방향에 맞게 첫 번째 각관을 바닥에 올려둘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용접이다.

하지만 용접도 겨울의 추위를 비껴갈 순 없었다.
자동차광 용접면의 센서는 영하 10도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센서 속의 건전지가 얼어붙은 것이다.
여분의 배터리를 품에 넣어 녹이며 바꿔 끼우고, 얼어붙은 용접면은 드라이기로 녹여가며 작업했다.
입김이 차광면 안쪽에 얼어붙어 시야를 가리기도 했다.
마스크도 문제였다. 호흡에서 나온 수증기가 순식간에 얼어붙고, 그 물방울이 옷에 닿아 순간 냉동되었다.
영하의 현장이라는 건, 그야말로 ‘버텨야 하는 세계’였다.


계단의 형상, 드디어 나타나다

긴 하단 프레임 2개를 바닥에서 옥상까지 설치하고, 한 계단씩 용접으로 이어 붙였다.
조금씩 형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층에는 층계참(계단참) 공간을 만들어 잠시 쉴 수 있도록 했다.
총 18개의 계단 중 중간 지점의 이 계단참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쉼의 철학이었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다리에 힘이 빠져도, 여기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겠지.
지금은 내가 오르내리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오르내릴 때도 그곳에서 한 번쯤 숨을 고를 수 있기를 바랐다.


마무리와 완성의 기쁨

이틀 동안 일하고 저녁마다 틈틈이 용접 작업을 이어갔다.
계단 발판으로 쓸 나무에는 오일을 듬뿍 먹여 방습과 내구성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계단 난간을 용접해 안전을 더했다.

총 7일간의 시간 쪼개기 작업, 계단 완성!
아내와 나는 그 계단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며 웃었다.
그동안 그렇게 위험하던 옥상 오르내림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밤이 되면 옥상에 올라 쏟아지는 별을 함께 바라보았다.


삶의 계단, 그리고 꿈

건축은 늘 그렇다.
한 단 한 단 쌓아 올리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 위에 서는 순간의 기쁨은 모든 고생을 잊게 만든다.
이번 계단 역시 그랬다.

꿈을 꾸고, 꿈을 현실로 옮기는 일은 늘 힘겨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끝에는 삶의 질이 달라지고, 그 만족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자신만의 꿈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
꿈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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