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옥상에 올라가기 힘들다. 계단 만들기 1편
옥상에 오르내리는 일이 점점 불편해졌다.
처음엔 BT 비계와 발판으로 만든 임시계단을 쓰거나, 사다리를 이용해 힘겹게 올라갔다. 골조 작업을 하고 바닥 판재를 시공할 때까지는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다. 하지만 옥상 바닥이 완성된 이후부터는 달랐다. 오르내릴 때마다 위험이 느껴졌다.
사람 마음이 원래 그렇다. 앉으면 눕고 싶고, 서 있으면 앉고 싶다. 편안한 계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결국 결심으로 이어졌다. 직접 계단을 만들자!
문제는 늘 그렇듯 시간과 돈이었다. 코로나19로 자재값이 치솟고 장사는 잘 안 되니, 새로운 자재를 사는 건 엄두도 못 냈다.
보통 가정에서 밥을 할 때, 냉장고를 열어 남은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듯, 나도 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숨은 자재를 찾았다. 본건물과 창고를 지으며 남겨둔 자투리 각관들. 길이는 짧지만, 모으니 꽤 쓸 만했다. 이걸로 계단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디자인을 먼저 하고 자재를 산출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갔다. 자재를 먼저 주워 모으고, 그 자재에 맞게 디자인을 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새로운 건축 방식(?)이랄까.
계단을 설계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계단이 놓일 곳을 실측한다.
한 계단의 높이(상승), 폭(디딤 폭), 길이를 결정한다.
보통 한 계단의 높이는 150~200mm, 폭은 260~320mm가 적당하다. 여기서 10mm 차이는 실제로 오르내릴 때 큰 차이를 만든다. 젊을 때는 힘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나이 들어 힘이 빠지면 10mm가 벽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낮게 잡는 게 유리하다. 폭 역시 아이들이 성장하면 더 큰 발로 오르내릴 테니 넉넉해야 했다.
우리 가족의 계단은 이렇게 정해졌다.
총 계단 면적 : 가로 6000mm × 폭 1800mm × 높이 3060mm
한 계단 사이즈 : 길이 1730mm × 폭 285mm × 높이 170mm
총 계단 수 : 18개
중간에 잠시 쉴 수 있는 '계단참(층계참)'도 배치했다. 계단참은 단순한 쉼터일 뿐 아니라, 계단 방향을 바꿔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이제 자재를 정확한 사이즈로 절단해야 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름은 각도 절단기지만, 각도를 정밀하게 똑같이 잘라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지그를 만들고 클램프로 강하게 고정한 뒤, Two in One 컷팅이 가능하도록 세팅했다. 예를 들어 90도/30도, 90도/60도, 90도/15도 컷팅을 동시에 반복할 수 있도록.
이건 사실 변칙 작업이다. 경험과 노하우 없이는 하기 어렵다.
그렇게 절단한 자재를 구조틀 안에 넣어, 18개의 발판 골조를 동일한 규격으로 용접했다. 계단은 발판 하나만 오차가 생겨도 전체 구조가 틀어진다. 그래서 틀에 넣어 똑같이 만드는 게 아주 중요하다.
다음은 옥상에서 아래층까지 이어질 긴 보. 긴 보를 정확한 각도와 길이로 컷팅하고, 여러 조각을 용접해 길게 이어 두 개의 큰 뼈대를 만들었다.
드디어 재료 준비 끝!
컷팅만 이틀, 용접으로 발판과 긴 보를 만드는 데 이틀. 총 4일간 꼬박 달려서 계단의 모든 부재가 준비됐다.
재료를 쌓아놓고 바라보는데, 그 자체로 뿌듯했다. “우리 가족이 평생 오르내릴 계단이 드디어 눈앞에 있구나.” 아직 설치도 하지 않았는데, 상상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설치만 하면 되는데, 이번에는 겨울이 다가왔다.
겨울은 건축의 가장 큰 적이다. 금속은 차갑게 수축하고, 용접은 온도 차 때문에 더 까다로워진다. 게다가 바람 한 줄기에도 몸이 움츠러들어,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시련을 맞이하게 되었다.
“겨울이라는 녀석, 이번에도 날 시험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