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바닥 1차 방수작업!! 드디어 용접 테이블 놓을 곳이 생기다.
건축 자재 중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가 바로 나무다. 튼튼하고 따뜻한 감성을 주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바로 물이다. 물은 나무를 썩게 하고, 곰팡이를 피우며, 결국 구조를 약하게 만든다.
OSB 합판도 마찬가지다. 제조 과정에서 접착제와 압착으로 강도를 키웠지만, 기본적으로는 나무다. 그래서 바닥재로 사용할 때 반드시 방수 작업을 해야 한다.
이번 방수작업에 사용한 도료는 아스팔트 프라이머였다.
석유 정제 후 남는 아스팔텐(asphaltene)과 레진(resin)을 휘발성 용제에 녹여 만든 도료로, 건축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수재 중 하나다.
특징: 점착성이 뛰어나 합판, 콘크리트, 철재 어디든 잘 달라붙고, 건조 후 치밀한 피막을 형성해 습기를 막는다.
용도: 옥상·지하실·콘크리트 기초, 합판·OSB 바닥 방수, 철재 방청.
주의: 시공 온도는 반드시 영상 5도 이상이어야 한다. 기온이 내려가면 도료가 얼고, 막이 갈라져 누수가 발생한다.
나는 이 기본 원칙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지키지 못했다. 낮에는 영상이었지만,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프라이머가 얼어버렸다. 시방서에 “영상 5도 이상에서 시공”이라고 굵게 쓰여 있는데도… 눈앞의 진행만 생각하고 덤빈 내 잘못이었다.
프라이머를 바를 때는 붓과 롤러를 함께 사용했다.
롤러가 닿지 않는 모서리·코너 → 붓으로 먼저 꼼꼼히.
넓은 면적 → 롤러로 빠르게 마무리.
작업 동선도 매우 중요하다. 출구에서 먼 곳부터 시작해서 점점 출구 쪽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라놓은 도료 위를 밟고 나와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생긴다. 1층은 사방이 트여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됐지만, 옥상은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하니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했다.
이번 1차 방수작업은 사실상 실패였다. 이유는 두 가지다.
예쁘게만 발랐다. 방수는 페인트처럼 얇게 칠하는 작업이 아니다. 도료가 나무에 ‘스며들고’ 표면에 ‘두껍게 막을 형성’ 해야 한다. 나는 보기 좋게 얇게 펴 바르다 보니, 실제 방수 성능이 떨어졌다.
계절 선택의 실패. 아무리 바쁘다 해도 건축은 계절을 고려해야 한다. 겨울에 방수를 진행한 게 결정적 실수였다. 건축은 봄·여름·가을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이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 건축은 기술과 체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계절과 시간까지 아우르는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패의 흔적은 있었지만, 어쨌든 1층과 옥상 바닥에 프라이머 도포를 마쳤다. 바쁘게 생계를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주일 넘게 건조 기간을 가졌다. 계획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충분히 말린 셈이다.
그렇게 바닥이 완성되고, 드디어 내가 꿈꾸던 야외 작업장의 시작이 가능해졌다. 이 창고를 지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철을 자르고 용접할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용접 테이블을 마침내 자리에 올렸다. 두 사람이 들기엔 너무 무거워 각종 지렛대의 원리를 동원해 간신히 옮겼다. 지금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 그날은 아내와 나란히 테이블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웃고 있었다. “드디어 해냈구나…” 7개월의 땀방울이 비로소 보답받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코로나19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이어졌다. 건축은 계속해야 하고, 돈은 점점 안 벌리고, 우리는 언제나 허덕였다.
방법은 누구나 잘 안다.
필요 없는 건 안 만들고, 하고 싶은 건 안 하고, 먹고 싶은 건 덜 먹는 것.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실천하는 건 전혀 다르다. 못 먹게 하면 더 먹고 싶고, 못 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론 늘 불안했다.
“다음 공정은 계단인데… 자재값은 또 얼마나 들어갈까?”
매일매일 고민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내 손으로 집을 짓는다는 꿈은 그 어떤 두려움보다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