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으로 떨어지는 정밀 타공
드릴프레스는 작업물에 정확하고 일관된 구멍을 뚫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다. 전동드릴이 묵직한 스탠드에 고정되어 상하로만 움직이는 구조를 하고 있다.
작업물에 구멍을 낼 때는 손에 쥐는 충전식 드릴을 주로 사용한다. 드릴비트를 장착하고 버튼을 누르면 회전하는 비트가 부재를 뚫어 구멍을 만든다. 간단한 작업이지만 드릴을 잡은 손이나 부재가 흔들리지 않게 신경써야 한다. 힘 조절을 잘못하거나 흔들리면 구멍의 위치가 쉽게 어긋날 수 있다. 작업물의 바닥면이 평탄하지 않아 고정이 잘 되지 않으면 더욱 난감하다. 특정 각도로 비스듬히 타공하거나, 완전히 뚫지 않고 정확한 깊이로 홈을 파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핸드드릴만으로 정확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때 드릴프레스가 제 역할을 한다. 작업물과 드릴비트의 좌표가 고정된 상태에서 비트만 수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정확한 위치와 깊이로 구멍을 뚫을 수 있다. 특히 여러 개의 부재에 동일한 작업을 반복할 때 이 기계의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드릴프레스의 헤드 부분에 원하는 비트를 고정하고, 정반에 작업물을 올린다. 전원을 켜면 드릴비트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슬롯머신의 손잡이처럼 생긴 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그만큼 비트가 같이 내려가 부재에 구멍을 뚫는다. 깊이 스토퍼를 설정해 두면 레버가 지정된 위치까지만 내려가므로 일정한 깊이의 구멍을 쉽게 뚫을 수 있다. 비스듬하게 타공할 때는 부재를 고정하는 정반을 원하는 각도로 조정한다.
드릴프레스는 목재뿐 아니라 금속과 같은 단단한 재료에 큰 구멍을 뚫을 때도 강력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레버를 사용해 작은 힘으로 쉽게 작동된다. 하지만 그만큼 주의도 필요하다. 작업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으면 드릴비트에 부재가 끼어 같이 회전하거나 튕겨나갈 수 있다. 공방의 무서운 기계들에 비하면 얌전해 보이지만, 부주의한 작업자의 손목에 오래가는 고통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나무의 경도나 구멍의 크기에 따라 적절히 나누어 작업하지 않으면 마찰로 인해 가공 부위에 탄 자국이 남을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 그림: 용수공업 드릴링 머신 YSDM-19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