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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덕호 Aug 13. 2024

공방사물도감: 글루건

도포는 뜨겁게 접착은 차갑게



고체 상태의 접착제를 녹여서 붙이는 기구이다. 뭔가를 후딱 붙일 때 이것만큼 편리한 게 없다. 말 그대로 접착제(glue)를 총(gun)처럼 쏴준다. 연필처럼 가늘고 긴 원통형 막대 모양의 접착제 덩어리를 꽁무니에 넣고 방아쇠를 당기면, 열에 의해 녹아 노즐을 통해 진득하게 흘러나온다. 원하는 만큼 필요한 곳에 쉽게 바를 수 있다. 


글루스틱이라고 하는 이 고형 접착제는 가열하면 점성을 띠는 액체 상태가 되고, 식으면 빠르게 고체 상태로 굳어 접착력을 형성한다. 대개 낮은 온도에서도 잘 녹는 에틸렌비닐 아세테이트(EVA)를 주성분으로 왁스나 레진 등을 결합한 합성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액상형 접착제에 비해 강하지는 않지만 빠르게 가벼운 물건들을 붙일 때 유용하다. 물체와 물체 사이를 플라스틱이 굳으며 고정하는 원리라서 두꺼운 종이, 천, 나무, 플라스틱 등 재료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 녹은 스틱이 굳기 전의 짧은 시간 안에 모양을 잡거나, 다 굳은 뒤에도 칼로 쉽게 깎아낼 수 있어서 단순한 접착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에 응용할 수 있다. 


열을 가해서 스틱을 녹여야 하므로 전력 소모가 커서인지 전원에 직접 연결하는 제품들이 주류이다. 공예작업 등 한 자리에서 긴 시간 동안 켜 놓은 상태로 사용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작은 물체를 붙이는 데 주로 사용되므로 배터리의 무게가 용도에 비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나는 18볼트 공구용 배터리를 끼워 쓰는 충전식 글루건도 가지고 있다. 유선보다는 무선의 자유로움이 상당하지만, 묵직한 무게감 탓에 생각보다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 제품은 무선이면서도 작고 가볍다. 제조사가 붙인 이름도 글루건이 아니라 글루펜이다. 펜처럼 한 손에 가볍게 쥐고 사용하기 좋다. 마이크로 usb 포트가 달려있어 전용 충전기도 필요 없다. 직경 7mm인 얇은 글루스틱을 사용하고 접착제 토출량이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적으므로 소규모 작업에 보조용으로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최대사용시간은 약 30분으로 본격적인 프로젝트보다는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간단하게 쓸 때 탁월한 사용성을 보인다. 



* 그림: BOSCH GluePen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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