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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코스닥의 최대 리스크

종목이 종교가 되는 순간

by 김태민

과열된 시장이 광풍을 넘어 광기로 변하면 늘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종목에 대한 전망이나 기대감이 맹목적인 탐욕으로 변질된다. 종목이 종교가 되는 순간이다. 대중은 기준도 없고 줏대도 없다.


2000대에 머물러있던 코스피를 조롱하면서 미국증시를 찬양하는 것이 작년만 해도 상식이었다. 국장과 미장에 관한 밈은 온라인을 넘어 주류 미디어에까지 등장했다. 그러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조롱은 어느 순간부터 찬양으로 돌변했다.


코스피는 6000을 터치하고 5000대를 유지 중이다. 상승률 세계 1위다. 미장을 찬양하던 신봉자들은 이제 신용을 끌어다 국내 대형주를 사들이고 있다. 100조 원이 넘는 돈이 매수대기계좌로 흘러들어왔다. 시장의 마지막 비관론자마저 돌아섰다.


실적, 전망, 기대감이 아니라 이제는 주식시장이 종교적인 믿음으로 상승하는 구간에 왔다. 개별종목 3배 레버리지는 여전히 인기고 인덱스펀드마저 선물옵션처럼 투자하는 경향이 유행 중이다.


오로지 야수만 인정받는다. 분산투자는 겁쟁이들의 논리가 됐다. 한국인들은 상승세를 타는 종목을 찾아다니면서 우르르 몰려다닌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같은 대세주는 신도들의 열망이 만든 성역이 됐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돈자랑이 흔해졌다. 생전 투자에 관심 없던 이들마저 계좌를 만들고 시장을 기웃거리는 시점이다. 어딜 가나 주식이야기뿐이다. 이란전쟁이 시작되고 변동성이 시장을 덮쳤지만 한국인들은 겁먹지 않는다.


막차를 타야 한다는 조바심과 조금만 더 벌면 서울에 입성할 수 있다는 탐욕이 대중을 시장으로 몰아넣는다. 억 단위 대출을 받아서 급등주를 무작정 매수하는 국민들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기업들의 우수한 실적과 긍정적인 전망을 토대로 국가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은 오로지 계좌수익률만 본다.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지만 투자에 관한 건강한 관점은 형성되지 않았다.


주식은 단기급등을 맛본 자들과 FOMO에 눈이 먼 이들이 인생한방을 노리는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상황이 변해도 인간의 본질은 그대로다. 코스피가 10000을 넘어도 투자를 투기로 여기고 종목을 종교로 대하는 경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증시의 진짜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극단적인 투자성향과 시장을 도박판으로 보는 관점이다. 매번 시장이 과열되면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복통에 시달린다. 혼자만 돈을 벌지 못했다는 불안감과 열등감에 무모한 투자를 결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폭등과 폭락을 겪었던 코로나 시기 한국인들의 빚투는 파산과 개인회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2023년 개인회생 비중은 30% 이상 급증했다. 2025년 말 채무불이행자 수는 100만 명에 육박한다.


그중 약 40%는 2030년대 한국 경제를 책임져야 할 2,30대다. 한 방을 노리는 지금의 광기는 코로나 시기와 똑같다. 따서 갚으면 된다는 발상이나 나만 못 벌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은 결국 다 잃는다.


10번 수익을 내도 1번 크게 잃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떠안게 된다. 도박을 하면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 상식으로 통하는 중이다. 탐욕이 시장을 지배한다. 그러나 판돈을 올리는 배팅은 투자가 아니다. 늘 그랬듯이 비극은 다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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