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는 생존양식을 결정한다
저출산은 인류의 새로운 생활양식이자 문화적 현상이다.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니다. 생태학적 관점으로 볼 때 외부 위협으로부터 생존율을 높이는 일종의 생존양식이다. 불황, 저성장, 사회갈등 같은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일종의 저항이다.
사회구조적으로 성숙기에 도달한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다. 예외 없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몇몇 국가에 한정된 사회문제가 아니다. 2026년 기준 OECD 선진국의 97.4%가 저출산 문제를 겪는다.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는 가족주의 소멸, 1인가구 증가, 개인주의의 심화는 부수적인 요인에 불과하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국가들마저 저출산 위기에 빠졌다.
유럽, 미국, 한국, 일본, 심지어 중국까지 저출산에 발목이 잡혔다. 북서유럽 일부 국가에서 일시적인 반등이 나타났지만 이민자와 난민 등 외부유입에 한정된 결과였다. 저출산은 피할 수 없는 인류의 필연적인 미래다.
갑자기 나타난 사회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선택한 결과다. 극한의 경쟁과 서열화가 고착된 자본주의의 비극은 봉건제나 다름없는 신분질서를 만들어냈다. 각자도생마저 어려운 환경에서 인간은 후손을 남기는 본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용기보다 불안한 현실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더 크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더 나은 삶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현실이 본능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제 인간은 번식을 통한 확장 대신에 현상유지를 통해 생존하려는 쪽을 택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번식본능이 급증하는 습성은 변질됐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는 마음을 SNS가 꺾어버렸다. 동물적인 본능을 타고났지만 인간의 정체성은 단순한 포유류가 아니라 사회적 동물이다.
대세를 따르고 다수에 속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수십억 명이 이용하는 SNS 속 유행은 즉각적으로 개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SNS는 부정적인 사고를 강화하고 유행을 경향으로 악화시켰다.
갈등조장, 정치사회적 분쟁, 경제적 서열화, 지역계급론 같은 현존하는 모든 부정적 여론의 발원지는 SNS다. 매체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SNS에서 시작된 갈등중심적 사고가 매스미디어와 사회적 분위기를 오염시켰다.
사회가 나쁜 환경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게 되면서 후손을 낳고 기르고 싶은 원초적인 본능이 희석됐다. SNS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갖고 있는 특질을 망가뜨렸다. 비약이나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가 증명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KDI, 도쿄대, 막스플랑크 인류학연구소, UCLA 등 세계 각지의 연구기관들은 SNS가 저출산에 끼치는 악영향을 규명했다. 앞으로 AI가 전례 없는 편의성과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게 되면 이런 경향은 더 악화될 것이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는 구조적인 폐단으로 변질된다. 세계화로 인해 천민자본주의의 폐해가 나타난 국가들은 대부분 저출산 문제를 겪는 중이다. 사회 발전 단계에 따라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보편적인 양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양극화가 만든 환경 속에서 SNS는 갈등과 혐오를 조장했다. 그 결과 경제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절대대다수의 사람들은 생육이 아니라 생존을 택하게 됐다. 이것이 저출산의 민낯이자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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