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

by 김태민

고양이는 정말 사랑스럽다. 나를 보고 먼저 다가와 살갑게 굴지 않아도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손길을 외면하고 홱 달아나버려도 사랑스럽다. 아쉬움에 눈길을 던지고 있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가까이 다가와 눈인사를 건넨다. 인사치레로 건네는 야옹아 라는 말보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다. 이리오라는 손짓보다 가만히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고양이는 존중받기를 원한다. 사람을 하대하거나 자기 아래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벼운 인사보다 진지함을 나눌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선호하는 것이다. 거리를 두고 선을 지켜가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때 고양이는 자기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여 준다. 나는 고양이가 마음의 온도를 아는 존재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흔한 호의보다 조심스러운 진심에 깃든 따스함에 고양이는 반응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처음 보는 나라는 낯선 존재를 경계하다가 관심을 보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에서 고양이가 나를 ‘배려’해준 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만히 앉아 책을 보고 있으면 어느 새 다가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워 기분 좋게 잔다. 서로를 향한 몸짓이나 눈짓이 없어도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 손을 뻗어볼까 머리를 쓰다듬을까’ 하는 고민은 필요 없다. 재미있는 소설의 한 챕터를 다 읽어갈 즈음이면 처음 책장을 넘길 때 보다 더 가까이 다가온 고양이를 확인하게 된다. 그 때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가늘고 부드러운 털을 살며시 쓰다듬으면 된다. 조금 몸을 뒤척인다면 템포를 늦춰서 조금 더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어주면 고양이는 가만히 몸을 맡기고 누워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한 잠 늘어지게 푹 자고 일어나면 고양이는 몸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켠다. 웅크려 자느라 눌린 털을 핥아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나를 한 번 보고 주변을 살핀다. 고개를 돌려 여기 저기 바라보다 자세를 바꿔 다른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조금 더 함께 놀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인 것이다. 조금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이 고양이가 친해지는 방법이다. 조금씩 천천히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나가자는 고양이만의 언어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첫 만남 때 보다는 익숙해진 듯 먼저 다가와 눈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고양이는 미움 받지 않는 법을 안다. 급하게 형성되는 감정이 얼마나 빨리 소모되어 사라지는지 아는 동물이다. 한 번에 천천히 한걸음씩 그러나 꾸준히 마음을 나누려는 속 깊은 고양이의 배려에 나는 언제나 따뜻한 손길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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