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실망은 함께 찾아온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새해에 다짐했던 소망들을 하나 둘 떠올려보는 것이 나의 오래된 버릇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자는 마음으로 야심차게 계획한 일들. 매일 운동을 하는 것. 일주일에 5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 피아노를 꾸준히 연습하는 것. 사람들의 말을 더 잘 들어 주는 것. 하나 둘 손가락을 접어가며 떠올리다보면 어느새 두 손은 모두 접히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손가락을 펴가며 지키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내다보면 활짝 펼쳐진 손바닥을 보면서‘열심히 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사실 큰 편이 아니다. 올해 실천하지 못한 계획은‘내년에는 정말 꼭 해야지!’라는 다짐으로 포장되어 넘어간다. 사용하지 않은 카드 포인트가 이월되듯이 자연스럽게 계획은 해를 넘어가고 그러다보면 어떻게든 실천을 하게 된다. 후회와 아쉬움이 정말 큰 것은 크게 잡은 목표에 비해 실천의 결과물이 초라할 때다. 매일 혹은 매주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여 꾸준히 계획을 실천하는 성실함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와중에도 연초의 다짐을 지속해나가며 실천하는 일은 평범한 일상과는 구별되는 의미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된다. 삶이 단조로울수록 일상의의 반복에 지루함을 느낄수록 이 기대감은 커진다.
그래서 기대를 벗어난 초라한 결과물에 대한 실망은 크고 깊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게 느껴진다. 삶의 작은 변화를 기대하며 쏟아 부은 착실한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면서 그냥 남들처럼 살자는 타협안이 실망의 자리를 파고든다. 그러다보면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든다. 시간을 투자해서 일상에 새로움을 부여하는 일이 무가치 하게 느껴진다. 돈과 시간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반복되는 삶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실망감이 싫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결과물의 크기와 상관없이 기대는 반드시 실망을 동반한다. 성공이 실패와 이어져있듯이 기대와 실망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다. 성공을 위해서 도전의 용기가 필요하듯 새로운 삶의 변화를 기대하는 일 역시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용기와 더불어 실패와 실망에 대한 불안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실망스런 결과를 확인하는 일은 허무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깊은 실망감에 더 이상 변화를 꿈꾸지 않는 것은 자동반사적인 자연스런 반응이겠지만 새로운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이러한‘실망의 자동반사’를 거스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마음가짐은 실망을 통해서 삶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획득할 수 있다.
성취에서 오는 만족감은 기쁨만을 주지만 실망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만들어준다. 가슴의 밑바닥에 응어리처럼 남아 언제나 슬픔과 한숨을 만들어내는 감정은 없다. 깊은 실망과 어긋난 기대에 대한 무력감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다만 이를 자양분 삼아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고 실망감에 취해 반복되는 일상에 마취되어 살아가는 것 역시 선택이다. 더 많이 기대하고 열망하자. 기대하는 만큼 실망도 크겠지만 실망이 큰 만큼 그 속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지혜 역시 다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