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붕괴한 사회

by 김태민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우리 사회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 건축물의 안전성 문제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이익 앞에 저울질하는 반사회적 범죄나 마찬가지다. 대학동기도 곧 입주할 신축 아파트의 시공문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집은 생활의 안정과 생존의 안전 둘 다 보장해야 한다. 땅값과 브랜드값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신뢰 역시 아파트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부동산불패, 아파트필승 같은 표현에 대해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무너진 신뢰는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자 문명사회의 구조적인 공공선이다. 무너지거나 망가지면 공동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소중한 생명을 잃는 커다란 비극이 발생한다 한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그리고 씨랜드 화재는 무책임과 탐욕이 만든 도덕적 해이로 인한 비극이었다. 수많은 생명을 잃고 한국사회는 안전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러나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은 결코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나온 다양한 멸칭은 사건의 중대성에 비하면 가벼운 편이다.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할 공간이 생명을 위협한다면 그것은 집이 아니라 관이다.


한국 사회는 주기적으로 비극을 반복한다. 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보호하고 지키겠다는 의지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참사가 일어나면 관계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당사자들은 면피성 발언만 쏟아낸다. 꼬리 자르기와 물타기가 반복되다 법정싸움이 길게 이어지면 정권은 바뀌고 뜨거웠던 이슈도 식어버린다. 모든 것은 시간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지만 잘못한 사람들만큼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목숨과 이익을 같은 저울에 올리는 행위나 책임을 회피하는 행동을 보면 양심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재시공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만 거론되지만 정작 망가진 사회적 신뢰에 대한 위험성은 조명되지 않는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건설사와 시공사들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잡았다. 밝혀진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다들 괜찮다고 생각하고 벌이는 짓은 언젠가 끔찍한 참사로 돌아온다. 사건의 관계자들은 어느 누구도 부실시공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 손으로 지은 아파트에 살지 않을 테니 말이다. 무고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입게 될 재산과 인명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업계 뿌리깊이 박혀있는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참사는 끝일까 아니면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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