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머리를 자르러 헤어숍을 방문했다. 중부지방에 주말 내내 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하늘은 새파란 푸른빛이었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여름날의 풍경은 한가로웠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꼭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우산을 두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 하늘 아래 갈라진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땡볕이 따가웠다. 그늘을 찾아 걸어야 할 만큼 정오의 태양은 맹렬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뙤약볕을 피해 빠른 걸음으로 속도를 내다보니 예정대로 빨리 헤어숍에 도착했다. 예약제라 손님은 나뿐이었다.
뜨거운 여름을 맞이해서 군인처럼 짧은 머리를 선택했다. 바짝 깎은 머리는 감고 말리는데 도합 5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남자 커트 특성상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걸린 총 소요시간은 30분. 결제를 마치고 인사를 건넨 후 나오는 데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매장 문을 열고 나왔는데 골목을 온통 그늘이 덮고 있었다. 파란 하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짙은 회색빛 구름이 여기저기 진을 치고 있었다. 저 멀리서 구름아래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림자가 도시를 천천히 덮는 모습이 보였다. 눅눅한 습기를 품은 강한 바람은 햇살을 밀어내고 한낮의 풍경을 뒤바꿔버렸다.
30분. 화창한 여름날의 풍경이 자취를 감추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이었다. 너무나 다른 모습에 나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같았던 일기예보가 맞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입고 나온 넉넉한 사이즈의 리넨셔츠는 바람에 깃발처럼 펄럭였다. 사나운 바람을 맞은 거리의 가로수들은 흔들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바람을 따라 빠르게 몰려드는 잿빛 구름은 점점 더 짙은 색으로 변했다. 천둥 같은 포효와 함께 굵은 빗방울을 당장이라도 쏟아낼 준비를 마친 것처럼 보였다.
날씨가 급변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았다가 나빠지기도 하고 바닥을 찍었다가 올라가기도 한다. 그쳤다고 생각했을 때 정적을 깨고 다시 퍼붓는 소나기처럼 시련 끝에 비극이 몰려올 때도 있다. 폭우 끝에 긴 가뭄이 이어지기도 하고 꽃피는 봄날에 때를 잊은 하얀 눈송이가 떨어지는 일도 있다. 24시간 중에 30분 후의 미래도 알 수 없는 삶. 많은 약속을 하면서 평범한 나날들을 당연한 듯 누리면서 산다. 하지만 일상의 끝에 어떤 결말이 기다릴지 알 수는 없다. 예상할 수 없는 인생과 예측할 수 없는 날씨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