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by 김태민

연일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길고 지루한 장마철. 우중충한 날씨와 불쾌지수의 주범인 높은 습도는 매년 겪어도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다. 그나마 장마의 장점은 맑은 공기다. 최악의 대기질을 자랑하는 수도권에서 미세먼지의 위협을 벗어나는 기간은 장마철뿐이다. 추운 겨울과 아름다운 봄가을 내내 한국은 미세먼지에 뒤덮여있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여름에도 대기상태는 엉망이다. 미세먼지가 만들어내는 대기오염에서 자유로운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굵은 빗방울이 쉴 새 없이 며칠간 쏟아져내려야 사람이 살만한 대기상태가 된다.


창문을 열기 전에 날씨앱을 눌러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돼버렸다. 수질오염이 심해지면서 수돗물을 믿지 못하게 되자 정수기가 잘 팔렸다. 수돗물을 끓여 먹었던 시절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대기질이 엉망이 되면서 공기청정기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염은 전염된다. 수질과 대기오염은 곧 토양오염 문제로 심화될 것이다. 유기농 농산물을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집에서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믿을 수 있었던 당연한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안전한 일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식은 하나씩 사라진다.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인 우리들이 저지르는 환경오염은 기생충만도 못한 패악이다. 삶의 터전이자 문명의 기반인 지구를 우리 손으로 망가뜨리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를 두고 온난화나 소빙하기 같은 이견으로 대립하기도 한다. 이제는 AI혁명이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믿는 신도들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자연재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기상악화로 인한 재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 앞에 무력한 한낱 동물일 뿐이다. 고고한 자존심은 재난 속에서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오염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악화될 뿐이다. 작은 지역의 오염은 자연의 자정작용과 사회차원의 정화사업을 통해 개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심각하게 망가진 자연은 변화시킬 수 없다. 거대한 지구는 인류가 없어도 계속해서 존속되겠지만 인간이 살아갈만한 환경은 곧 사라질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교만한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 속에 살았다. 인간은 자기 손으로 기둥을 뽑아내고 불까지 지르는 정신 나간 집주인이다. 우리가 그동안 누린 편리함이 가져올 재앙은 무엇일까. 앞으로 우리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어떤 것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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