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by 김태민

더 이상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가 아니다. 이상고온과 저온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계절의 구분선도 거의 사라졌다. 겨울철에는 눈대신 며칠간 비가 내리고 가을의 늦더위는 폭염에 가깝다. 늦봄에 발생하는 가뭄과 냉해 그리고 한여름의 폭우는 심각한 피해를 가져온다. 원래 날씨는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해서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주 핸드폰의 날씨앱을 눌러서 기온과 습도 그리고 먼지농도를 체크한다. 특히 미세먼지는 수시로 확인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인구의 절반 가까운 국민들이 생활하는 대한민국 수도권의 대기질은 세계 가장 나쁜 편이다. 한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강남 3구의 공기질은 다른 나라 공업지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평균 공시지가 1위에 빛나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OECD 최고 수준이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다. 비정상이 일상이 되고 몰상식이 당연해지면 사람들은 정상을 매도한다. 높은 집값의 위대함을 내세우면서 공기 좋은 도시와 지역의 낙후된 모습을 조롱한다. 중금속이 잔뜩 함유된 공기를 마시면서도 서울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꺾이지 않는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심각성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위험이 일상이 되면 점점 무뎌진다.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들의 반응은 일본인들이 지진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하다. 천재지변이나 환경오염이나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면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울릉도까지 공기가 엉망이 된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대기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도시의 형태를 갖춘 곳이라면 어디서나 끔찍한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살아야 한다. 우리의 몸은 차곡차곡 오염으로 인한 미래의 비극을 적립하고 있다.


빨래를 널기 전에 늘 날씨 앱을 눌러서 대기질을 확인한다. 빨래건조대를 휴지로 닦아내면 늘 거무스름한 먼지가 묻어난다. 건조기를 사용하는 집이 늘어난 이유는 편리함도 있겠지만 대기오염문제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당연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뚜렷한 계절의 변화까지. 상식으로 통하던 것들이 일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있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한국은 어떤 모습이 될까. 망가진 자연과 심각한 오염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갈 미래가 멀지 않았다. 깨끗한 자연이라는 표현은 문학작품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시적허용으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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