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게 바치는 글

이제 곧 스무살이 될 너희에게

by 김태민


새파란 봄의 첫 맛을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네게 젊음에 대한 조언이나 세세한 덧붙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된 한 가지 사실. 겪어보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란 것. 바람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 고요히 정지해있는 너의 젊음을 너 역시 한 껏 흘려보낸 후에야 조금은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가보지 않고서는 무엇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상상을 한다. 네가 처음으로 맛 본 청춘은 네가 상상해온 그것과 같은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내가 상상했던 젊음은 가슴에 품어왔던 환상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었기에 낯선 조류와 같은 젊음의 단면들에 혹여 네가 상처입지 않기를 바란다.

생각한대로만 살 수 없는 것이 삶임을 이해하기까지 나는 수없이 절망하고 넘어져야만 했다. 모두가 누리는 새파란 청춘의 이미지와 내 현실 사이의 괴리를 매일 절감하며 가슴을 무디게 만들던 시간들. 보금자리를 잃어버려 산동네 어딘가로 숨어든 비둘기처럼 나는 두꺼운 책 속의 문장에서 길을 찾고자 이리저리 뒤척였다. 외로움을 타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만나 마음을 나누는 것이란 실을 몰랐을 때의 힘겨움을 너는 알까. 부디 넌 나와 같은 방황과 일그러짐을 겪지 않은 채 어른이 되기를 소망한다.

청춘의 나날은 모두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하진 않았다. 그러나 또렷하게 빛났던 몇몇 순간들이 있기에 지난 시절을 나는 끝내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 눈물 흘리며 누군가를 원망해야했던 시간들도 있었고, 함께 봄을 기다리자며 서로의 품을 파고든 연인이 심장을 찢고 달아난 사건도 있었다. 그 시간들을 묵묵히 감내하고 인내하며 홀로 때론 여럿 이 걷다보니 어른이란 이름이 익숙한 나이가 되어있었다고 하면 너는 믿을 수 있을까.

겪어보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가보지 않고서는 무엇도 깨달을 수 없는 우리들은 아픈 만큼 성장한다. 네가 다치지 않길 바라지만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생의 아픔들에는 당당해지길 바란다. 누군가를 가슴으로 맞이하는 환희가 소중한 만큼 누군가를 떠나보낸 후의 슬픔 역시 삶의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 가느다란 빗금들이 모여 네 젊음을 이루지 않길 바란다.

때론 깊게 패여 하얀 늑골이 훤히 보일만큼 아릿한 생의 아픔도 경험하며 성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아픔의 흔적들을 편히 덮어주고도 남을 만큼 진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길 소망한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았었다. 잃어버린 것에 아파하고 놓쳐버린 것을 후회하며 살았던 지난 날.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시련 뒤에 깨달음이 행복을 알게해 주었고, 절망이 지나간 자리에 반드시 희망이 피어났다.

모두 다 지난 뒤엔 항상 괜찮았다. 아픔도 슬픔도 시간과 함께 흘러감을 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순간이 반드시 네게도 찾아올 것이다. 툭 하니 던져놓은 문장처럼 무책임해 보이지만 진실은 날 것 그대로 언제나 빛나는 별과 닮은 것. 아무 뜻도 없어 보이는 상투적인 한 마디에 기대어 눈물을 닦고 무릎을 팽팽히 당겨 세울 날이 꼭 있을 것이다. 다 괜찮을 것이고 다 괜찮아 질 것이다. 그러니 무엇도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네 젊음에 드리운 그림자들을 무시하고 똑바로 걸어가면 좋겠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네 청춘에 어떤 의심도 품지 않길 바란다. 모두가 비웃는 꿈이라도 꿈은 꿈이다. 앞길이 보이지 않은 만큼 멀리 있는 이상도 젊다면 다다를 수 있다. 네게 주어진 많은 시간들에 어떤 이름표도 미리 붙여두지 말길 바란다.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 이리저리 옮기는 삶은 성적표와 같은 결과만을 네게 줄 것이다. 이제까지 정해진 법칙에 따라 살았다면 이제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기를 바란다.

앞서 가지 않아도 좋고 뒤쳐진다 해도 크게 상관없다. 네가 가야할 길을 정하게 된다면 매 순간순간이 기회로 가득할테니 조바심도 걱정도 가슴에 품지 마라. 때때로 삶에 의구심이 든다면 너보다 조금 앞서 걷는 내 등을 보고 걸어라. 나는 그런 너를 위해 내 길을 잃지 않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아갈테니 조금도 걱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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