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가려고 명학공원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데 신기한 광경에 눈에 들어왔다. 평행봉이 서 있는 자리 너머 화단에 선명하게 두 갈래 길이 나있었다. 어르신들이 탑돌이 하듯 맨발로 그 자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본 적 있다. 맨발로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뉴스가 나간 후에 사람들은 더 늘어났다.
등산스틱을 들고 줄지어 평행봉과 화단 사잇길을 오가는 작은 행렬이 생겼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15미터쯤 되는 가느다란 길이 생겼다. 어디든 길은 사람이 다니는 곳에 생긴다. 산을 오를 때마다 늘 산길을 천천히 살펴본다. 산을 터전으로 삼은 동물들은 산에 길을 내지 않는다.
길은 늘 인간이 만든다.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길을 이용한다. 더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하면 다음에 찾아올 이를 위해 이정표를 세워둔다. 지름길을 이용해서 덕을 본 사람은 주변에 전달하고 통행량이 늘어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이 만들어진다.
오가는 발걸음이 쌓이다 보면 가느다란 길은 더 넓고 선명해진다. 깊은 산속에서 봉우리까지 쭉 뻗은 길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길은 신뢰다.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자취가 깃든 길은 동질감과 안정감을 준다.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인간도 인연으로 엮여있다.
잊고 살지만 사람은 누구나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다. 좋든 싫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산다. 평생 동안 우리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만든 길 위를 오가며 산다. 직간접적으로 수없이 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삶이 만들어진다. 첫걸음마를 떼면서 걷기 시작해서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될 때 삶은 끝난다.
길은 삶과 닮았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처럼 인간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느리거나 잠시 중단될 수도 있지만 삶의 흐름이 단절되는 일은 없다. 길도 마찬가지다. 끊어진 길은 언젠가 다른 길로 이어지고 막다른 길 앞에서는 돌아가면 된다. 인연이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길도 연결된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인생의 정답 역시 하나가 아니다. 몇몇 사람들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감탄과 경탄을 쏟아내면서 따라 걷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새로 길을 내는 사람도 있다. 산길은 하나지만 정해진 길을 벗어나면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산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삶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