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속이 편안해

by 김태민

유난히 일어나기 힘든 날이 있다.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날. 발 끝을 이불 끄트머리 쪽으로 살짝 내밀었다가 찬 공기를 느끼고 도로 집어넣는다. 손을 뻗어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알람을 끄고 벽을 보고 돌아누웠다. 이불을 당겨서 목덜미와 턱밑을 감싸고 모서리를 감아서 번데기처럼 돌돌 말았다. 해가 뜨기 전까지 더 자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베개 깊숙이 머리를 파묻었다. 밤새 덮고 있던 이불은 기분 좋은 온기를 품고 있다. 어스름이 몰려와 방 안을 푸르스름한 빛깔로 물들이기 전까지 나는 침대와 한 몸이다.


겨울은 아침에 일어나기 참 힘든 계절이다. 6시를 훌쩍 넘겨도 창 밖은 여전히 어둡다. 머리는 일어나라고 아우성이지만 반대로 몸은 요지부동이다. 연달아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을 끄고 이불속에서 5분만 더 잘지 말지를 고민한다.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던 스스로를 원망하면서 침대 밖으로 나온다. 일찍 잠에서 깬 오늘 아침. 창문을 두드리는 부드러운 빗소리를 들으면서 이불속에서 몸을 뒤척였다.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과 월요일부터 이러면 안 된다는 마음이 힘겨루기를 했다. 결국 나태함은 양심에게 패배했고 가방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추적추적 내리는 차가운 겨울비가 싫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찬바람을 맞을 때마다 침대가 생각났다. 맥모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와서 밀린 일을 하고 있다. 창 밖으로 내리는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불을 끄고 블라인드를 내리고 침대에 누워서 자고 싶다. 비 오는 날 자는 낮잠이 최고다. 오늘은 느긋하게 쉴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더 간절하게 눕고 싶다. 이불속이 최고다. 침대에 누워서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있으면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심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는 책상을 정리하고 방을 청소한 다음 헬스장에 간다. 1시간 정도 근력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개운해진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등산을 갈 때도 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집 앞 공원을 산책한 후에 한숨 푹 자는 것이다. 맘대로 생각을 비울 수는 없지만 자는 동안 생각을 멈출 수 있다. 걱정이나 근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진다. 불안은 꼬리 잡기를 하면서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푹 자고 나면 내면의 소란스러움이 고요하게 잦아든다. 아침부터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날이다. 오늘은 꼭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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