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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l 22. 2024

약자 앞에서 여포 강자 앞에서 쥐포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사악한 사람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답답하지만 말을 안 듣는 사람은 갑갑하다. 전자는 대화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만한 가치는 있다. 교집합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협상이나 설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후자는 대화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비협조적인 태도가 소통을 원천 차단해 버린다. 게다가 본인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느끼게 되면 공격태세로 돌변한다. 함께 일하는 같은 팀이라도 소용없다.


 이런 사람들은 순리나 논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지위나 입장 같은 역학관계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상대보다 더 강하다면 틀린 것도 옳은 것이 된다고 여긴다.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힘이다.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들이 바로 강약약강형 인간이다. 강자의 말만 따를 뿐 수평적인 관계를 모두 무시한다. 이들에게서 동료애나 공동체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직급이나 경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집단 내 공공의 적이 된다.


 이들은 약자에게 한없이 엄격하다. 인격적인 존중이나 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 강약약강형 인간이 관리자 자리에 앉으면 피해자가 발생한다. 일을 진행하다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본인의 실책을 인정하지 않는다. 희생을 강요하고 헌신을 요구하지만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다. 공은 채가고 과는 떠넘긴다. 정치질과 아첨을 통해 본인은 살아남는다. 약자 앞에서는 여포가 되지만 강자 앞에서는 뭉개진 쥐포처럼 납작 엎드린다.


 강약약강형 인간의 내면은 불안이 지배한다. 이들의 불안은 자신의 역량을 믿지 못하는 불신에서 비롯된다. 겁이 많을수록 타인을 믿지 못하고 나약한 인간일수록 본인에 대한 신뢰가 없다. 빈곤한 내면과 초라한 자존감을 포장하기 위해 그들은 공격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적으로 취급하고 본인을 지킬 수 있는 강자만 의지한다. 강자가 가진 권력에 기대서 불안감을 해소하려 하므로 아첨만 늘고 성장은 없다.


 암세포는 정상적인 세포의 기능을 방해하고 양분을 빼앗는다. 암세포가 자라날수록 몸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소통 불가능한 인간이야말로 집단 내의 암적인 존재다. 이들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역량이 뛰어난 인재라도 잘라내 버린다. 이런 인간에게 공동체의식은 기대할 수 없다.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기분으로 평가한다. 끊임없는 정치질로 집단의 분열까지 초래한다.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대화요청은 철저하게 거절한다.


 실망한 직원들은 결국 등을 돌린다. 그리고 동종업계의 여러 경쟁사로 들어가 가장 강력한 적이 된다.

나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이 요직에 앉으면 집단은 피해를 본다. 강약약강형 인간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관리자로서 이들은 회사와 직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낼 수 없다. 상호존중과 배려심이 결여된 커뮤니케이션 근무환경에서 소속감은 형성되지 않는다. 협동심과 연대의식 역시 결여되므로 성장동력 자체가 사라진다.


 배려와 존중은 사회인이 가져야 할 기본소양이다. 직급을 막론하고 강약약강의 자세로 사람들을 대한다면 인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사람들이 일하는 집단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강약약강은 늘 적을 만든다. 아무리 아부와 정치질로 뛰어난 처세술을 자랑해도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인재를 놓치게 만들고 적대적인 세력을 늘리는 회사 내부의 암적인 존재다.


 승승장구할 것 같지만 강약약강형 인간들은 결정적인 실책으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진다. 정치로 흥한 자는 정치로 망한다. 힘에 의지하다 보면 더 큰 힘 앞에 밀리게 된다. 사내 역학관계자 재편될 때 강자들은 꼬리를 자르고 선을 긋는다. 그동안 멸시한 약자들은 등을 돌리고 외면한다. 결국 설자리를 잃고 쓸쓸하게 퇴장하거나 무너지는 결말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강약약강형 인간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괴롭히는 어리석은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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