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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l 16. 2024

일 못하는 건 용서해도 일 만드는 건 용서 못해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이상한 사람들

  다들 공감하겠지만 일을 잘 못하는 동료는 이해할 수 있다. 대형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일처리가 좀 엉성해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업무를 나에게 떠넘기지 않는 이상 크게 상관없다.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은 없다. 기량은 뛰어나지만 팀플레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탁월한 능력은 없지만 확실하게 1인분을 해주는 동료도 있다. 회사는 혼자가 아니다. 협력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의 장점으로 채우면서 협력하는 곳이 회사다. 누구나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으므로 일을 조금 못한다고 크게 미움을 사는 일은 없다. 동일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사람 간에도 숙련도 차이가 존재한다. 격차는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분야를 막론하고 쓸데없이 일을 크게 만드는 인간을 이해해 주는 곳은 없다. 일을 만드는 사람은 최악이다. 사고 치고 수습하지 못해서 동료들을 강제로 고통분담하게 만드는 동료는 원수나 마찬가지다.  


 과정이 힘들더라도 집단이 함께 성장하고 성과를 다 같이 분배할 수 있다면 괜찮다. 그러나 트러블메이커가 저지르는 일은 해결해도 성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즐길 수 없는 일은 알아서 피해 가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힘든 도전은 경험이 되지만 남이 밀어 넣은 고생길은 가시밭이나 다름없다. 생각 없는 동료가 눈치 없이 벌인 일을 모두가 수습해야 할 때. 그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갑갑하고 분하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도 있다. 정식으로 사과하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협조와 양해를 구하고 책임을 지면 대부분 해결된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고 당사자가 책임을 지고 확실하게 마무리한다면 좋게 끝난다. 그러나 쓸데없는 일을 만들고 사고를 치는 사람들은 이런 마음가짐이 없다. 눈치가 없으면 염치도 없고 생각이 없으면 양심도 없는 법이다.  


 동료들의 발목을 잡는 트러블메이커는 사고를 쳐도 당당하고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다. 말없이 저지르고 나서 상황이 악화된 후에야 뒤늦게 털어놓는다. 관리자나 직속상사는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추궁하면서 설명을 요구하지만 대답은 시원찮다. 애초에 심사숙고하는 사람이라면 큰 사고를 치지 않는다. 쓸데없이 문제를 키우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람들의 특징은 앞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주변에서 알아서 제지당한다. 연장자들이나 선배들은 적당한 안전선을 그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생각 없는 트러블메이커는 그냥 몰래 저지른다. 누가 말려도 주의를 줘도 아무 소용없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고 멋대로 행동한다. 이런 사람은 폭주기관차나 다름없다.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할 수 없다. 무턱대고 일을 도맡아서는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거나 의욕만 앞서서 덤볐다가 제대로 망쳐버린다.


 사람은 바꿀 수 없지만 단점은 개선하고 결점은 보완할 수도 있다. 완벽하게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를 방지할 수는 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당사자가 문제를 개선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만 한다. 그 말은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사고뭉치들은 본인의 문제를 인정하지도 않고 깊이 반성하지도 않는다.


 면전에서 질책을 하고 관리자들이 지적을 해도 그때뿐이다. 자기가 잘못됐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오히려 동료들이 본인을 이해 못 한다면서 속으로 사람들을 비난한다. 트러블메이커는 주로 프로젝트나 부서 간 협업에서 대형사고를 친다. 사고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은 실수라면 두 번은 고의고 세 번이면 의도가 된다. 실수가 아니라 문제인식과 개선의지가 결여된 의도적인 트롤링이다. 숙련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문제다.


 사고를 치는 사람은 끝내 변하지 않으므로 집단 내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입지와 발언권도 점점 줄어든다. 관리자가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일은 없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트러블메이커는 알아서 사라진다. 회사를 나가는 사람의 유형은 둘이다. 잘돼서 나가거나 도태돼서 쫓겨나거나. 나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도망가는 자에게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트러블메이커의 소문은 널리 퍼진다. 평판은 그림자와 같아서 계속해서 따라다닌다.


 동종업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타고 이야기는 돌고 돈다. 업계에 실체가 알려지면 미래는 암담해진다. 어디를 가도 결과는 똑같다. 반복해서 사고를 치고 그럴 때마다 몸값은 떨어진다. 평판은 바닥으로 내려가 못해 지하실에 처박힌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아예 업계를 나가서 다른 업종으로 도망친다. 트러블메이커는 스스로 인생난이도를 하드코어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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