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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l 04. 2024

무식하면 무모하고 모를수록 용감하다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괴팍한 사람들

 하룻강아지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르면 용감하고 무식하면 무모하다. 그래서 경험이 늘어날수록 사람은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지고 행동을 신경 쓰게 된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다 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 과잉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는 길지 않다. 실수하면서 호되게 깨지고 본인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겸손을 강제로 학습하게 된다.


 책임과 권한이 생기는 연차가 되면 그때부터는 잘 모른다는 말이 입버릇이 된다. 세상에 고수는 널려있고 어느 집단에나 능력자가 존재한다. 내가 보고 배워야 할 잘난 사람들은 이 세상에 널려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게 되면 사람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 습관이 생긴다. 실력을 숨기고 있는 사람도 많고 겉모습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능력자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전문가라는 말이 주는 무게를 뼈저리게 실감한다.


 직급을 밝힐 만한 자리에서도 몸을 사리게 된다. 번데기 앞에서 잡은 주름이 얼마나 큰 웃음거리가 되는지 아는 것이다. 함부로 내뱉은 말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회생활의 진리도 경험을 통해 체득한다.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면 먼저 나서지 않고 책임질 수 없다면 일을 벌이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는 시기다. 그러나 인간 중에는 늘 예외가 있다. 겸손대신 오만을 장착한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된다.


 덩치만 큰 하룻강아지가 되어 호랑이처럼 날뛰다가 처참하게 망가지는 것이다. 어느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교만한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베테랑 앞에서 열심히 기량을 뽐내다 개망신을 당한다. 비웃음거리가 되고 처신을 신경 쓰라는 주의를 들어도 무시한다. 도태된 무능력자들이 늘어놓는 훈수 따위는 듣지 않는다면서 멋대로 행동하다 사고를 저지른다.


 그러다 보면 커리어는 잔뜩 꼬여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퇴사와 해고 사이의 애매한 최후를 맞이한다. 가만히 앉아서 남들처럼 가면 되는 길을 스스로 꼬아버리는 놀라운 재능이다. 1년 남짓되는 경력을 가지고 본인을 금융전문가라고 포장하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을 본 적 있다. 어떤 분야든 10년은 해야 그나마 어디 가서 경력을 이야기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통하는 상식이다.


 본인을 능력자라고 자랑하는 그의 태도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자화자찬 일색인 업무성과를 자랑할 때는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의심스러웠다. 근속 기간이 2년도 채 되지 않는 그는 본인을 능력자라고 자칭하면서 업계의 동향과 전망을 이야기했다. 오만한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경력도 경험도 권위도 없지만 교만한 그 모습 위로 가시밭길이나 다름없는 그의 미래가 겹쳐 보였다.


  십수 년을 넘어가는 경력을 달고 있는 종사자들을 볼 때마다 그들은 하나같이 겸손했다. 자칭 전문가와 업계의 능력자. 두 유형의 인간상이 너무나 극심한 대비를 이루고 있어서 드라마틱해 보일 지경이었다. 자칭 전문가들은 겸손을 모르는 만큼 배우려는 자세가 없다. 현장지식을 알고 있는 동료와 선배들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노하우를 무시한다. 본인이 선택한 방식 외에 나머지 루트는 쓸모없다고 여긴다. 초심자의 운을 자신의 실력으로 믿고 멋대로 설친다.


 사고를 수습할 방법을 아는 선배와 실력자들을 무시한 대가는 이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무엇보다 함부로 남발한 전문가라는 이름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는 악수로 작용한다. 자칭 전문가들이 경력이 꼬이거나 의문의 이직을 하는 이유는 모두 본인의 삽질이 원인이다. 심각하게 꼬인 커리어는 사실상 풀 수 없다. 천둥벌거숭이 마냥 맘대로 설치고 다닌 대가는 낙제점에 가까운 평판이 되어 꼬리표처럼 직장생활 내내 따라다닌다.


 모르면 입을 다물고 확실하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큰 문제가 없다. 아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고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는 것. 이것만 알아도 직장생활에서 사람들로부터 미움받지 않는다. 이 원칙들은 당연한 상식이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라면 습관처럼 지키고 있는 경제활동의  룰이다. 그러나 자칭 전문가들은 원칙을 전부 어기면서 직장생활을 한다. 그들이 도태되고 밀려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하룻강아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호랑이가 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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