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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n 24. 2024

적은 늘리고 친구는 줄이고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이상한 사람들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는 일은 쉽지 않다.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지만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심리적 거리는 내 맘대로 좁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하다 보면 나와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미움받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고 배척당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리고 원인 역시 그 사람에게 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 좋은 선배나 동료가 있는지 물어보면 모두들 대인관계가 좋은 인물을 거론했다. 인간관계에서 마이너스가 없는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원수가 없는 사람이다. 뛰어난 사회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 경쟁할 수도 있고 때로는 대립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회사는 공동체다. 서로 다른 입장을 납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앙금은 해소된다. 그래서 사회성이 좋은 사람들은 늘 열린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


 이 과정에서 늘 사람을 먼저 인정해 준다. 사회생활은 상대를 인정해 주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인정하는 태도는 든든한 우방을 만든다. 적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동료애 자체가 없다. 공동체라는 인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일한다. 명분을 내세우고 논리에 집착한다. 승자독식을 당당하게 외치지만 정작 승률은 엉망이다. 사방이 적인데 누가 협력하려고 할까? 사회생활은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이다.


 회사는 직원의 미래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곳이 아닌 만큼 각자도생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노동은 대가와 함께 의무도 존재한다. 직업윤리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도의를 지키는 것도 의무다. 이러한 도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집단에서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팀과 회사에 피해를 가져오는 행동을 언제든지 일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벌여놓고 수습하나 못하는 무능한 동료는 같은 팀이 아니라 그저 짐이다.


 나 밖에 모르는 인간은 집단 내에서 분란을 조장하고 사기를 저하시키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주 당당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적을 만들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문제를 일으키고 논란의 중심이 된다 한들 부끄러움이나 반성의 기색 따위를 찾아볼 수 없다. 호의적이었던 사람들은 질려서 떠나고 친절하게 다가왔던 동료들은 멀어진다. 소문이 부서를 넘어 회사 전체로 퍼져나가고 평판은 엉망이 된다. 루머는 단체생활을 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나쁜 이미지는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이때 좋은 관계를 형성한 동료들이 풍문을 막아주고 때로는 대신 해명해 준다. 위기는 늘 사람이 만드는 기회를 통해서 해소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모두 잃어버린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사회생활의 핵심은 사람이고 원만한 인간관계는 경쟁력이다.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인정받기 힘들다. 멋대로 굴고 맘대로 행동하다 보면 기댈 곳은 사라지고 설 곳마저 없어진다.


 뒤늦게 본인의 잘못을 깨닫기도 하지만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결국 철저하게 고립된다. 협조와 협력을 기대할 수 없는 회사생활은 유배된 것이나 다름없다. 밥도 같이 먹고 회식도 따라가지만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은 없다. 이미 민낯과 본성을 다 드러낸 문제 있는 사람과 엮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은 지뢰와 폭탄 같은 인간만 피해도 중간 이상 갈 수 있는 생존의 정글이다. 자신이 만든 나쁜 소문과 안 좋은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를 배척하면서 적을 늘린 사람은 결국 자기가 만든 덫에 걸리게 된다. 홀로 고군분투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곧 한계에 직면한다. 우호적인 우방 없이 사방이 온통 적이라면 사회생활은 미래가 없다. 수시로 이력서를 내고 채용사이트를 찾아봐도 이직은 쉽지 않다. 좋은 평판은 따라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나쁜 소문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악명을 피해 다녀야만 하는 도망자가 된다. 결국 스스로가 본인을 괴롭히는 인생 최고의 숙적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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