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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n 10. 2024

회사와 사원은 한 몸이 아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사악한 사람들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는 사실은 회사의 미래와 나의 미래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나의 생존은 어디까지나  역량에 달려있다. 종신고용이 전무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회사와 자신을 운명공동체로 묶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회사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선진국에 속한 한국의 노동소득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현실은 삭막하다 못해 막막하다. 종신고용은 IMF 기점으로 사라졌다.


 유병장수시대와 저성장불황에 직면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평생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퇴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연금과 복지만 가지고   없으므로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 죽어야만 그때 비로소 제대로   있는 세상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이상 본인이 속한 기업과 자신의 미래를 동일선에 놓지 않는다. 각박한 사회현실 때문에 기대감이 상실된 데다 노동자를 대하는 기업문화에 실망까지 누적된 상태다. 이러한 노동환경의 피로감은 사회전반적으로 확산된다.


 2,30 사회인들의 노동환경개선요구는 주류 언론에 의해 철없는 행동으로 그려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달라진 환경에 대한 기업과 노동자의 온도차가 극심하다는 반증이다. 노동자의 삶을 기업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사람을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여기는 문화가 여기저기에 존재한다. 대기업이나 조직문화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아니다. 회사와 집단을 위해서 희생하고 충성하는 헌신을 요구하는 양심 없는 악당들에 대한 비판이다.


 회사를 등에 업고 직원들에게 헌신을 요구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믿음을 강조한다. 나를 믿고 회사를 믿어라 이번에 제대로 해주면 반드시 보상이 따라온다는 약속. 조금만  참고 견디면 무조건 밀어준다는 장담. 회사를 위해서 행동으로 능력을 증명하라는 제안까지. 모두 하나같이 조건이 달려 있는 테스트일 뿐이다. 매번 헌신을 요구하지만 정작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지연된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담당자나 책임자가 바뀌고 약속은 없던 일이 된다.


 신뢰는 먼저 보여주는 것이지 조건을 내걸고 협상하는 것이 아니다. 신뢰 없는 조직에 헌신하면 헌신짝이 되는 비극이 찾아온다. 그리고 정말 많은 기업에서 이런 비극이 시대가 변해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사실상 악질적인 사기나 다름없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묵인 때문이다. 성과만  따라오고 뒤탈이 없다면 책임자와 관리자는 현실을 묵인한다. 상황을 보고 받은 중역이나 경영자의 윤리의식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이런 묵인은 경영방침이 된다.


 꼬리 자르기가 실패를 수습하는 전략이라면 사람을 쓰다 버리는 방식은 회사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전술이다. 경영실패와 성과부진으로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수뇌부가 지는 일은 없다. 주식거래실패나 성추문 같은 치졸한 이슈가 아닌 이상 회사운영에 관한 일로 수뇌부는 물러나지 않는다. 핵심관계자들은 말로만 책임을 지고 고개를 숙인다. 칼날에 모가지가 날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실무자인 직원들이다. 어느 순간부터 기업과 핵심인사들은 앞으로 성장할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니라 쓰고 버릴 부품을 고르는  같다.


 성과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 사람들은 회사의 결정에 좌절한다. 게임과 IT 업계의 사례만 봐도   있다. 매출부진과 신사업실패 같은 실책으로 인해 급감한 영업이익은 감원으로 이어진다. 부서를 통폐합시키고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조직개편이라는 명목 하에 구조조정이 실시된다. 아마 많은 노동자들이 회사와 경영자가 제시한 조건을 믿었을 것이다. 그들이 내민 제안은 사원입장에서 기회일 수밖에 없었고 거절할  없는 만큼 죽어라 일했을 것이다. 희생을 종용하고 헌신을 강요하면서 심어줬던 희망은 절망이 되어 돌아왔다.


 믿을  없다면 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약속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믿음이다. 처음부터 수틀리면  생각을 하고 내건 맹세는 기망에 불과하다. 책임감 없는 리더는 신뢰할  없고 노동자를 기만하는 회사는 사회적인 지지를 받을  없다. 신뢰는 인간 사회의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근본부터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대한민국의 사회적신뢰가 망가지면서 노동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신뢰할  없는 근무환경과 기업에 대한 불신이 개선되지 않는 다면   위기가 발생할 것이다. 업계의 관행이라는 표현과 개선 예정에 있다는 발언은 구시대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세상이 변하면 기업도 변해야 한다. 직원들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집단의 결속을 저해하는 반사회적인 마인드를 지양해야 한다. 목적과 성과를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고 상황을 악용하는 악습과 폐단은 이제 정말 사라질 때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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