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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n 04. 2024

나는 능력자 너희는 무능력자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이상한 사람들

 경력과 직급에 비해 지나치게 자존심이 센 사람이 회사에 있다면 그는 선민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은 직장동료들과의 수평적인 대인관계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본인을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로 여기면서 동료들은 쓸모없는 월급쟁이로 간주한다. 태도는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므로 트러블을 피할 수 없다. 혼자 잘난 사람은 결국 혼자가 된다. 회사는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팀플레이가 필요한 곳이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실력이나 평판은 보잘것없다. 그래서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입만 열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자기중심적인 면은 누구나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분위기를 해친다. 별것 아닌 성과를 주변에 말하고 다니면서 본인의 역량을 부풀리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정작 동료들의 성취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반응하거나 폄하한다. 본인이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유치한 마음가짐이다.


 타인을 과소평가하고 자신은 과대평가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들은 피곤해진다. 본인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마인드로는 수평적인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형성할 수 없다. 생각은 말로 드러나고 마음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집단 내부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제일 큰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도 책임감 있는 개선도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 모든 사람과 등을 돌리게 된다. 사회는 학교가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 잡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다.


 안하무인에 가까운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사회생활의 발목을 잡는다. 선배나 사수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동종업계 경력자의 조언 역시 듣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충돌이 발생하고 결국 동료들과 관계는 엉망이 된다. 속내는 속옷과 같다. 누구나 품고 있지만 회사 안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 앞에서 속옷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부끄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의식에 도취된 채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인간은 현실을 모른다.


 직속상사나 관리자에 대한 인식 역시 부정적이다. 특히 윗사람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상급자를 능력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정치질이나 일삼는 존재로 치부한다. 공격적인 태도로 대놓고 이빨을 드러낼 때도 있다. 사고방식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화를 부른다. 실제로 일한  반년을  넘긴 사원이 부장에게 업무프로세스를 지적한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개선한 시스템이 훨씬 합리적이라면서 회사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추천했다고 한다.


 본인을 능력자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겁이 없다. 내가 무조건 옳다는 왜곡된 선민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아도취에 빠진 인간의 사회생활은 엉망이 된다. 내 인사평가는 직속상사의 몫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상사를 무능력자로 치부하는 자칭 능력자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본인의 실력으로 상급자들을 제치고 올라가겠다는 허황된 꿈을 꾼다. 그러다 부족한 밑천이 드러나면 남 탓을 하다 이내 자리를 떠난다.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도 반성은 없다. 잘못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인 내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는다. 인간적인 소양 자체가 없는 이런 사람과 일하는 동료들의 괴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업계평판과 이미지는 본인의 능력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나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만든다. 그래서 뒤틀린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동료가 없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결국 커리어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이야기 속 주인공은 연봉인상과 승진 모두 실패하고 쫓겨나듯 퇴사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일터에서 과연 현실을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여전히 자기만의 연극을 계속하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이 세상에 무리에서 쫓겨난 자를 환영하는 낙원은 없다. 낙오자를 환영하는 곳은 바닥 혹은 나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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