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브렉퍼스트

by 김태민

러닝을 마치고 맥도널드에 들렀다. 자리를 잡고 M오더로 디럭스 브렉퍼스트를 주문했다. 따끈따끈한 해시브라운에 버터를 발라 한 입 먹는다. 역시 튀김은 종류를 막론하고 첫 입이 제일 맛있다. 아이스커피로 입 안의 기름기를 씻어냈다. 짠맛 다음 차례는 단맛이다. 핫케익에 시럽을 부은 뒤에 남은 버터를 전부 다 올렸다. 기성품이다 보니 얇게 발라서 먹으면 풍미가 반감된다. 통째로 먹어야 맛이 산다. 핫케익 반죽이 전보다 묽어진 것 같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이제 메인이 남았다. 잉글리시 머핀 사이와 소시지와 완숙프라이 그리고 반으로 자른 해시브라운을 넣는다.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아는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까끌거리면서 살짝 질긴 머핀의 식감, 다진 소시지에서 풍기는 후추향과 부드럽게 풀어지는 계란까지. 각각의 재료가 갖고 있는 익숙한 맛이 뒤섞이면서 만족감을 준다. 맥모닝은 먹을 때마다 참 무난한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잉글리시 머핀과 소시지 그리고 완숙프라이를 따로 먹으면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다. 패스트푸드라는 정체성에 맞게 한 입에 먹을 수 있도록 합친 것뿐이다. 어느 나라나 매일 먹는 아침식사는 무난하고 간편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침식사는 각 나라별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콘티넨탈 브렉퍼스트로 불리는 유럽본토의 아침은 조촐한 편이다. 크루아상이나 빵 한 조각에 잼과 커피를 곁들여 먹는 게 전부다. 육류가 꼭 들어가는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서 간소한 느낌이다. 지중해와 중동 그리고 동남아 지역 역시 간단한 식사를 선호한다. 식사 외에 간식을 즐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일수록 아침밥을 가볍게 먹는 경향이 있다. 네댓 가지 반찬에 국이나 찌개를 함께 먹는 한국식 아침식사는 풍성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요즘은 아침을 밖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베트남에서 주재원으로 일했던 친구는 아침을 늘 사 먹었다고 말했다. 중화권은 아침을 밖에서 해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홍콩에서 살다 온 지인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중국에서 오래 유학한 친구는 매일 아침마다 요우타오에 도우장을 사 먹었다. 한국의 아침 풍경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맥도널드만 봐도 출근시간이 피크타임이다. 김밥, 토스트, 샌드위치, 샐러드 파는 가게들 역시 마찬가지다. 잘 시간도 부족한데 밥 차려 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나오려면 각오가 필요하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아침을 거하게 차려먹는 문화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줄어든 것 같다. 90년대만 해도 온 가족이 아침식사를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집에 삼대가 같이 사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다. 구운 생선에 된장국이나 찌개를 곁들인 아침식사가 코리안 브렉퍼스트였다. 골목길을 나서면 집집마다 밥 짓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구성이 달라졌다. 핵가족을 거쳐 1인가구가 보편화되면서 아침식사는 간소화됐다. 혼자 살면 제 때 잘 챙겨 먹는 것도 일이 된다. 과거에 비해 코리안 브렉퍼스트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라는 표현은 건강을 해치는 원흉처럼 묘사된다. 막상 서구화는 세계화와 같은 말이다. 글로벌 외식기업의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세상에 살고 있다. 커피와 빵을 밥보다 더 자주 먹는 시대다. 간편식을 선호하는 경향은 세계적인 추세다. 식문화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는다. 예전보다 선택지가 늘어나고 다양해진 것뿐이다. 시대가 변하면 식습관도 달라진다. 통조림은 전쟁에서 나왔고 산업화는 패스트푸드를 표준으로 만들었다. 우주진출이 본격화되면 우주식이나 알약을 아침으로 먹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맥모닝이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간소화했듯이 튜브로 짜 먹는 맥모닝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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