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파스타처럼

by 김태민

요즘 거의 매일 파스타를 먹는다. 이번주는 두 끼 연속으로 먹은 적도 많다. 파스타는 요리하기도 간편하고 뒷정리도 쉽다. 급할 때는 스파게티 면을 3등분으로 잘라서 끓는 물에 넣는다. 5분 이면 다 익는다. 손님대접용으로는 모양새가 별로지만 혼자 먹는 식사라면 상관없다. 팬에 올리브유와 마늘을 넣고 삶은 면을 볶아서 김가루를 뿌리면 파스타가 완성된다. 더운 날에는 시원하게 냉파스타를 만들어먹는다. 차게 식힌 면에 토마토소스만 얹으면 끝이다.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살펴보면 탄수화물을 재료로 하는 음식이 하나쯤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빵이나 파스타나 전부 밥이나 다름없는 주식이다. 밥은 하얀 도화지 같은 음식이다. 어떤 재료를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명란이나 창난젓과 함께 볶아도 맛있고 크림소스와 달걀노른자를 넣고 먹어도 좋다. 텅 빈 배경 위에 다양한 색깔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만들 때마다 즐겁다. 먹는 즐거움만큼 만드는 즐거움도 요리가 품고 있는 고유한 재미다.


여러 종류의 파스타 면을 볼 때마다 이탈리아가 미식의 나라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된다. 수십여 종에 달하는 면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1등은 카펠리니다. 카펠리니는 이탈리아어로 가느다란 머리카락이라는 뜻이다. 생김새를 그대로 담은 직관적인 이름이다. 면이 얇아서 조리 시간이 정말 짧다. 끓는 물에 3분이면 완성이다. 자연에서 온 재료들로 만드는 파스타는 대표적인 슬로푸드지만 카펠리니는 패스트푸드보다 빠르게 즐길 수 있다. 국수나 라면보다도 짧은 조리시간이 카펠리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면의 굵기는 소면과 중면 사이쯤이다. 면이 얇고 식감이 부드러워서 차갑게 만들어먹는 조리법이 특히 잘 어울린다. 비빔국수나 들기름막국수 스타일로 먹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알텐테로 조리해서 차게 약간 밀가루 냄새가 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진한 맛의 소스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링귀니나 페투치니 같은 면이 주는 식감도 재미있지만 두껍다 보니 조리 시간이 긴 편이다. 파스타는 속도가 생명이다. 오래 걸리면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빨리 만들 수 있는 카펠리니를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집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서 영화나 예능을 보다 나랑 같은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럴 때면 평소보다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주말 오후에 영화채널을 돌리다 <핸콕>을 봤다. 커다란 미트볼이 들어간 파스타가 나오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로제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심심한 느낌이라 냉장고에서 있는 떡갈비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곁들여 먹었다. 오늘은 쯔케멘 스타일로 파스타를 만들었다. 미트소스에 삶은 면수와 페페론치노를 첨가해서 삶은 카펠리니를 찍어 먹었다.


몇 입 먹었더니 달콤한 향이 밴 두툼한 차슈가 생각났다. 아쉬운 마음에 닭가슴살을 구워서 같이 먹었다. 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파스타를 만들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리는 성취감을 안겨준다. 직접 만든 따뜻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행복감을 느낀다. 내 입으로 요리라고 부르기는 좀 낯간지럽지만 작은 행복도 엄연한 행복이다. 내 손으로 만든 파스타 한 그릇은 늘 포만감과 만족감을 준다. 자주 만들어 먹다 보니 파스타를 내 돈 주고 사 먹는 일은 드문 편이다. 가끔 밖에서 먹게 될 일이 생길 때마다 맛있게 잘 먹었다. 피자를 배달시킬 때 사이드로 추가하든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든 파스타는 맛있다.


파스타는 부담 없는 음식이다. 만들기도 쉽고 먹기도 편하다. 간만 잘 맞아도 중간이상은 보장해 주는 메뉴다. 다양한 소스와 잘 어울리는 데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소화도 잘되고 위에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어떤 재료와 조합해도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강점도 있다. 하루키는 에세이에 매일 식사로 두부와 채소샐러드를 먹는다고 썼다. 자주 먹는 음식은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파스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세를 부리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심플한 사람. 막상 쓰고 보니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평양냉면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