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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휴머노이드로 완성된 중국공산주의

멀리서 보면 유토피아 가까이서 보면 디스토피아

by 김태민

중국 로봇산업의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졌다.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아성을 넘어설만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주도로 AI와 로봇에 배팅한 중국의 판단은 성과로 이어졌다. 공산당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기업들은 절대복종하고 결정 앞에 의심 없이 충성한다. 자유도나 자율성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운영방식이지만 중국은 결과물을 냈다.


14억의 인구에서 나오는 구매력, 소비력, 노동력, 데이터 네 가지 특성이 기묘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첨단 미래산업은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를 더 공고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기술력이 공산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절묘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계획경제는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소련은 뒤늦게 자본주의 시장논리를 받아들여서 체재를 개선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인간의 욕망과 본능이 시장의 변동성을 만나면 수요예측은 능력이 아니라 권능을 필요로 한다. 사회주의라는 이론은 존재했지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었다. 하지만 AI의 연산 능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것이다. 중국의 14억 인구는 천문학적인 데이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팜이다. 매그니피센트 7의 점유율과 시장 지배력은 압도적이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는 손에 넣을 수 없다.


중국은 다르다. 공산당이 주도하는 사업에 브레이크는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개인화된 데이터를 흡수하면서 중국 IT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미국 빅테크들이 AI 발전을 선도하면서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때 딥시크가 등장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입봉쇄 조치에 중국은 데이터를 통한 딥러닝에서 해법을 찾았다. 기술면에서 미국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더는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됐다.


머지않아 중국은 AI로 수요를 예측하고 변동성에 대비하고 해법까지 추론하는 기술력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냉전시대의 공산진영을 붕괴로 몰고 갔던 맹점을 AI로 극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술력에서 중국이 미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는 시장의 평가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딥시크 충격으로 매그니피센트 7의 시총 1400조 원이 사라졌다.


알리바바는 불과 4개월 동안 10개가 넘는 AI 모델을 출시했다.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면 하드웨어의 혁신이 따라온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술력은 이제 가속도가 붙었다. 중국 현지의 로봇기업은 2025년 기준 40만 개가 넘는다. 로봇의 대뇌 역할을 하는 AI 추론 모델도 자체 개발해서 적용하고 있다. 50년 넘게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축적된 제조기술력은 혁신적인 로봇 하드웨어 개발로 이어졌다.


산업표준을 새로 만들고 구동계와 엔진도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로봇을 발 빠르게 산업현장에 배치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원스톱 루틴’을 만드는 중이다. 실생활에서 로봇이 활동하면서 쌓이는 실전 데이터는 AI와 로봇의 발전 속도를 가속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제대로 갖추게 되면 세계 최초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


생산능력, 단가, 소비시장, 기술 개발이 한 궤를 이루고 나면 AI 추론 모델과 휴머노이드의 세계 표준화를 달성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기술력을 곧바로 사회통제에 적용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팹 4로 불리는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샤오미 같은 차이나빅테크는 명을 받아 복종하는 충신이다.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황명을 거역하지 않는다. 상하관계는 철저한 성과로 이어진다.


차이나빅테크가 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선도하고 스타트업이 따라가는 투트랙전략도 성과를 냈다. 중국의 AI와 로봇 스타트업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개별화된 AI 알고리즘은 개인에게 최적화된 수요예측을 제공한다. 온디맨드 모델을 14억 중국인의 생활에 적용하면 어떨까?


성별, 연령, 구매력에 따라 관심사와 욕구 같은 일종의 사회적 수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징둥, 핀둬둬, 알리바바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은 온디맨드를 통해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개인정보를 토대로 자체 신용도를 산출한다. 차이나 빅테크 기업들의 AI 추론 모델을 통합 관리형으로 재편하면 수요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개인 정보와 자유 그리고 인권을 중시하는 서구권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일당독재의 공산당에서나 가능한 터무니없는 프로젝트다.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중국은 ‘통합 관리형 AI 사회 운영모델’을 내놓을 것이다. 자율주행을 활용한 로보택시를 비롯한 모빌리티는 인력과 물류 운송을 담당한다. 기술력은 테슬라가 우위에 있지만 사회적 상용화는 중국이 빠를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산업현장에서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압도적인 공급량으로 내수시장의 물가를 안정화한 다음 수출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오픈소스로 AI 모델을 보급하고 OS만 넣으면 쓸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은 저렴하게 수출한다. 관세와 불황에 민감한 세계 각국은 중국의 고객이 될 것이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기본소득이나 CBDC 형태로 사람들에게 지급된다.


맹자는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라는 말을 남겼다. 생활이 먼저 안정되어야 사회적 안정인 의와 도가 따라온다는 의미다. 국가가 자국민에게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제공하면 정권은 안정되고 권력은 유지된다. AI가 이룩한 계획된 평온함 앞에서 중국인들은 독재에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다. 안정 앞에서 인간은 보수적으로 변하고 유화적인 태도가 내면에 자리 잡는다.


한국에서 횡행했던 3S 전략과 비슷한 문화정책으로 욕망과 욕구까지 충족시켜 주면 완벽하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게임, 영화, 드라마를 비롯한 콘텐츠 부흥에 힘을 쏟는 중이다. 문화는 체제 강화와 우민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프로파간다 역할을 한다. 대만 정복의 야욕을 성공하려면 내치(內治)가 먼저다. 중국은 AI 기술혁명을 통해서 징검다리를 한 걸음씩 넘어갈 생각이다.


그러나 기술 중심의 포스트 공산주의는 멀리서 보면 유토피아지만 가까이서 보면 디스토피아다. AI 혁명으로 달성한 공동부유사회는 통제와 검열이 상식이 된다. AI 알고리즘은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빼앗는다. 자유와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정에 길들여지면 인간은 가축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전락한다. 배부른 낙원은 언제나 울타리 속에 있다. 중국인들의 자유는 지금보다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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