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팽창주의 네오콘 미국고립주의 큐어넌
현재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 세상을 관세전쟁의 포화 속으로 밀어 넣었다. 관세 앞에서 모두 평등해졌다. 더 이상 우방이나 동맹은 없다.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표현과 함께 혈맹인 캐나다로부터 등을 돌렸다. 러우전쟁에 관한 입장차이로 인해 영국과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미국의 혈맹인 파이브아이즈는 허울뿐인 이름으로 전락해 버렸다. 미국 정부는 G7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표현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트럼프는 유엔결의안 서명에 반대하면서 푸틴을 만나 종전협정을 이끌어내겠다고 자신했다. 남북화해무드를 조성하던 트럼프 1기가 오버랩된다. 결과적으로 화해가 무산되면서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고 우리는 군사력증강에 열을 올리게 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휴전이든 종전이든 이미 유럽에 드리운 전운을 걷어낼 수 없게 됐다. 러시아는 또다시 인접국가를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 군사적 대립이나 국지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영프독 3국은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몰도바, 폴란드, 벨라루스 같은 곳에서 대리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독일은 재무장에 나섰고 영국과 프랑스는 핵우산동맹을 제안하면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의 맹주들이 움직이자 러시아는 영국을 반러세력의 중심으로 규정하고 적개심을 나타냈다. 이빨을 드러내도 발톱을 세우다 보면 살짝만 스쳐도 상처가 생긴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늘 피 한 방울에서 시작됐다. 갈등의 중재자이자 전쟁억제기 역할을 하던 미국은 변했다. 심판이 눈을 감으면 반칙과 변칙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유럽이나 중동이 또다시 전란에 휩싸일지도 모르겠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흘러가는 중이다. 부시 시절 네오콘이 주도했던 미국은 달러 통화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편입되는 조건으로 교역국들에게 보호무역자유주의를 내세울 수 있었다. 네오콘의 미국팽창주의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글로벌스탠더드로 만들면서 군사력을 끼워 팔았다. FTA를 통해 생산과 무역을 각국이 분담하게 했다. 각자 잘하는 분야를 집중 양성해서 분업화했다.
자국의 핵심산업은 수출수입에서 보호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군사력을 제공했고 분쟁에 개입하면서 자유무역시장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중재자에서 중개인으로 변했다. 포장하면 협상이지만 현실은 싸움과 흥정을 붙이면서 이익을 가져가는 중개업자나 다름없다. 부시 대통령 시절 네오콘으로 불리던 미국팽창주의는 사라졌다.
세계를 지배하면서 발생하는 귀찮은 일들 이제 하기 싫어졌다. 트럼프는 부담스러운 책임이나 희생에 가까운 의무를 더 이상 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 닫고 우리끼리만 자족하면서 잘살면 그만이라는 주장은 미국 입장에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미국이 짊어지고 있던 의무와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도 맘대로 내려놓을 수는 없다.
미국 역시 자유무역주의라는 지상 최대의 계약의 당사자다. 계약변경이나 파기는 피해를 수반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은 절대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계주가 발을 빼면 계가 무너지는데 막무가내로 협박과 겁박을 늘어놓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 방위부담금과 관세로 같은 짐을 나눠들자는 주장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계약 조건이 완전히 변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이 세계의 협상가로 변했다. 트럼프의 사업가적인 수완은 철저하게 이익 중심이다. 정치적인 셈법에서 휴머니즘을 제외하고 손익만 따지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고립주의를 자처하는 트럼프 정부의 중심은 큐어넌이다. 음모론을 중심으로 반대세력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응징한다. 세계경제질서를 확립하는 데 있어서 동맹이나 우방은 없다. 사상이 검증된 극소수의 우군만을 필요로 한다.
미국팽창주의를 내세웠던 부시 정부의 네오콘은 군수산업과 에너지 석유기업을 우군으로 뒀다.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핵심인사 외에 기업이나 세력을 곁에 두지 않는다. 권력을 유지하고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무엇이든 이용하고 소비하면 버리는 파시즘에 가깝다. 무엇보다 음모론은 합리적인 진실을 부정하고 법을 근거로 하는 정의를 배제한다. 나만 정답이고 타인은 오답이므로 협상이나 대화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외교적 상식이 변질됐다. 양당제 하에서 절차상으로 존재했던 최소한의 민주주의마저 사라졌다. 대내외적으로 미국은 퇴보했다. 경제력, 군사력, 기술력 면에서 미국의 입지는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국은 언제나 내부에서 먼저 무너졌다. 오랫동안 존속했던 존엄을 잃어버렸다. 트럼프는 이익을 손에 쥐려고 품격을 내팽개쳤다.
복종은 힘에서 나오지만 추종은 위엄에서 나온다. 상황이 달라지면 복종은 배신으로 돌변하지만 추종은 유지된다. 겉으로는 미국을 따르지만 속으로 출구전략을 세우는 나라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2021년 미국의사당 난입사건과 트럼프 미 의회연설이 보여준 미국의 민낯은 어두웠다. 갈등이 극단으로 가면 남는 것은 전쟁뿐이다.
궁지에 물리면 쥐는 고양이를 물고 벼랑 끝에 몰리면 열세에 빠진 적은 배수진을 친다. 결국 파국을 부르는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미국이 세계의 중심에서 발을 빼면 국제질서는 다극화체제로 간다. 중재자가 사라지면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우게 되면서 긴장은 곧 분쟁을 낳는다. 외교적 셈법이 복잡해지고 이합집산으로 인해 국가들이 충돌할 가능성도 커진다. 혼란과 갈등이 증가하면 늘 전쟁이 따라온다.
유럽은 다시 전란에 휩싸이고 중동은 테러의 온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과 트럼프를 거치면서 미국은 극한의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협치와 협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정치적 보복이 대내외적으로 횡행하면서 복수와 처벌이 법 위에 군림하게 됐다. 의회연설에서 보여준 미국 정치인들의 태도는 우리가 알던 미국이 죽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절반의 지지만 얻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적으로 돌린다.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갈등을 먹이 삼아 세력을 불렸다. 증오와 보복의 정치는 결국 민주주의라는 미국의 사상적인 터전을 망가뜨렸다. 그런 미국을 보면서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국가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잡념이 늘면 항상 딴마음이 생긴다. 배신과 술수가 난무하는 끔찍한 난세가 도래했다.
트럼프 집권기 동안 세계 각국은 예외 없이 정치적인 대립과 사회적인 갈등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타국의 전쟁을 통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평화의 수호자인 미군을 파병하는 대신에 외교적 중재자로서 실익만 챙기면 된다. 무역과 교역 그리고 관세를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당근과 채찍을 휘두를 수 있다. 더 이상 아까운 피를 흘리면서 국제정치의 통제자로 군림할 필요가 없어졌다.
미국 본토에 테러가 발생하면 권한을 강화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할 명분마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계산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탐욕은 가장 큰 변수다. 이익과 정치생명 앞에서 큐아넌은 결국 분열하게 될 것이다. 원팀은 없다. 트럼프의 최측근이나 핵심은 권력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인자를 방관하는 1인자는 없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솥으로 들어가고 건네준 칼은 목을 향하게 된다. 지금은 칼과 패를 전부 다 쥐고 있지만 누군가 등을 돌리면 판도가 달라지고 전세는 역전된다. 미국의 다음수는 자충수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