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침묵시간이 필요하다
한 달 정도 잠시 SNS를 멀리했다.
가상의 동굴이 있는 것 마냥 잠시 사람들의 인기척을 피해 나만의 굴 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다.
그곳에서 나만의 침묵시간을 조용히 즐기고 왔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2023년 한 해는 꽤 다사다난했다.
첫 아이가 태어났고, 새로운 직장에 터를 잡았다.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역할이 생겼고 직장에서는 팀장이라는 역할로 숨 가쁘게 달려가야 했다.
(정말로 숨이 빨라질 때가 있어서 유튜브로 '숨 잘 쉬는 법'을 검색해서 볼 정도였다)
그렇게 23년도의 상반기를 어찌어찌 보냈고 하반기에는 슬슬 적응(아니 루틴)이 되었다.
그때서야 어깨의 힘을 빼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아이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고, 직장에서는 꽤 유능한 인재로 포지셔닝되었다.
그 풍경을 만들어낸 스스로가 뿌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존재했다.
그 불편함의 이유를 되짚어 보니, 혼자 사유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과거에는 혼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곱씹어 나만의 글로 적어 내려 갈 때 비로소 '정리가 되었다' 느낄 때가 많았다. 독서 외에도 동료와의 대화 속에서도 '정리의 순간'을 만날 때가 있었고, TV를 보거나 업무를 하다가도 그 순간을 느낄 때 '찌릿한' 사유의 즐거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PC의 조각모음이 끝난 후의 후련함과 비슷하다)
그런데 2023년은 그런 찌릿함을 느낄 여유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정답은 모르겠지만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리되지 못한 혼란함'으로 천천히 무너질 것 같았다.
그 혼자만 느낄 수 있는 '위기감'에 등골이 오싹할 때도 있었다.
'사유의 동굴' 상상이지만, 단지 머리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볕 좋은 날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시도해 본 적도 있었다 (코 끝의 호흡에 집중하라- 는 누군가의 말을 곱씹으며...) 다만 온갖 번잡한 생각 + 허리의 통증으로 도저히 명상을 이어나갈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러닝을 하다 차분히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사유의 동굴을 찾은 것이다)
당시를 떠올려 보면, 호흡이 160 bpm 정도 되는 (약한) 러닝 중이었다.
초 겨울바람은 시원했고, 적당히 숨이 차올랐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때 현재 회사에서의 성장, 가장으로서의 나의 모습, 미래의 모습 등에 대해 다채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유의 동굴'은 어디에나 있었다.
그 외에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동네 도서관에서 1500원짜리 편의점 아메리카노를 곁들여 글을 쓰다가도 그 순간이 찾아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면서도 그 순간이 찾아왔고, 저녁에 일기를 쓰다가도 찾아왔다.
포인트는 몸을 움직여 행동을 우선시했을 때 + 사유의 동굴이 뒤따라 온다는 것이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사유하고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많은 생각을 했고, 글을 썼다. 어떤 글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다소 뜬금없지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고, 노션 템플릿을 만들어서 판매하려 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영상을 제작했고 진지하게 운영하려 했다.
매일 100개씩 푸시업 하는 운동 챌린지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안정적인 커리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가슴 뛰는 도전을 위해 이직을 하기로 결심했다.
누구에게나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행동하는 것으로 확보해야 하며, 이 글에서 '사유의 동굴 찾아들어가기'로 표현했다. 동굴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잘 안 쉬어지던 숨이 편안해진다. 안색이 환해지고, 조급한 마음이 차분해진다. 정신의 건강이 몸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반드시 사유의 동굴로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다.
나만의 아늑한 동굴을 찾고 들어갔다 나오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중이다.
그 행동으로 인한 결과는 2024년 브런치 글을 통해 하나씩 천천히 공개해 볼 생각이다.
끝.
#사유의동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