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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Oct 22. 2024

어느 퇴직임원이 말하는 후반전

삶을 풍요롭게 할 자신의 취미를 만드세요

어느 날 내 자리에 내가 없음. 이 문장은 슬프다. 내 자리에 내가 없음. 이 문장은 그리 슬프지 않다. 은퇴가 슬픈 건 '어느 날'이라는 말 때문이다. 그 어느 날이 준비되지 않은 어느 날이기 때문이다. <사람사전, 카피라이터 정철 지음>


같이 근무할 때는 참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대표이사 직책을 갖고 있는 상사는 여러모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업무를 떠나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이기에 부담이 적습니다.


전에 같이 근무하셨던 사장님이 은퇴 후 바람 쐬러 사업장에 내려오셨습니다. 오랜만에 뵙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늘 회사의 바쁜 일정으로 개인적 스케줄보다는 회사 스케줄에 맞추어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회사에서조차 얼굴보기도 쉽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편합니다. 회사의 역학관계에서가 아니라 개인대 개인으로 만나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님께서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젊었을 때 일한다고 가족과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가족들도 따로 자신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요. 업무 관련 일들이 많다 보니 가족과 추억을 만들 시간이 적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 아빠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나이 들어서도 어색하지 않아요.


은퇴하고 나니 마음은 편해졌어요. 오히려 스트레스가 적어지니 삶이 풍요로워지더라고요. 1년 정도는 회사의 물을 빼는 게 쉽지 않았어요. 회사 패턴 대로 움직여지고 계속 회사 관련 뉴스에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30년 넘게 다닌 회사를 잊고 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만나는 사람도 회사사람들이고 골프 일정도 계속 잡히다 보니 1년은 매우 바빴어요.


1년이 지나고 나니 생활 패턴을 다시 재정립해야겠더라고요. 우선 골프는 비용, 시간등을 고려 최소화해야겠더라고요. 그리고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오래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되더라고요.


 어린 시절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모님들의 의지가 음악 할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여동생이 배우는 피아노를 몰래 혼자서 배우면서 재미를 느꼈지만 회사 다니는 동안까지도 음악 을 하지 못했어요.


음악에 대한 갈망은 계속 자리하고 있었어요. 오랜 시간 동안 회사의 문화에 잡혀 있다 보니 음악 할 시간을 만들지도 못했어요. 모든 시간은 회사 일에 집중되어 있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한 게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입니다. 퇴직하고 골프도 많이 쳐보고 했지만 시간, 돈, 에너지들이 너무 낭비되는 느낌이 들어요. 골프를 치면 다음 약속이 또 잡히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 골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골프 대신 내 마음속에 아직도 살아 있던 음악에 대한 애정이 현실로 다가오더라고요. 피아노, 드럼, 그리고 작곡까지 하고 있어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재미있고 악상이 갑자기 떠오를 때는 가만있지를 못하겠더라고요. 밤도 새우면서 작곡하고 연주해 보면서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은퇴하면 자신에 푹 빠질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해요.


푹 빠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해야 하고 죽을 때까지 계속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해요. 그것을 실행해야 해요. 은퇴 후에도 보내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런 활동이 없으면 무료해지고 쓸데없는데 에너지와 돈만 소진하게 되는 거죠."


누구나 회사를 그만둘 때가 옵니다. 퇴직하신 대표님도 한 때는 회사에서 강한 카리스마로 큰 조직을 움직이셨던 분이십니다. 회사의 직책에 맞게 행동하시고 회사의 일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셨던 분이십니다. 은퇴를 하시고 이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여유 있어 보입니다.


"회사에 있을 때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 작게라도 그것들을 실천해야 해요. 나오면 갑자기 뭐가 생기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일상에서 자신의 취미들을 작게라도 실천하며 퇴직 후에도 할 수 있는 근육들을 만들어 나야 해요.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마음 아닐까요. 배우고 성장하다 보면 늙는 것도 늦쳐지는 느낌이 들어요. 하던 것만 늘 하고 있으면 내가 새로워지는 게 없어요. 지루하고 하루하루가 따분하기까지 해요.


은퇴 후에는 쉽게 자신이 약해지기 쉬워져요. 자신의 근육이 몇십 년 동안을 회사에 사용해서 갑자기 목표가 없어진 듯 무기력해 질 수 있어요. 열정을 쏟을 무엇인가를 찾지 않으면 스스로가 약해질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삶이 많이 흐트러지게 되지요.



아직 회사에서 할 일이 더 많겠지만 나와 보니 그것만큼 중요한 게 가족과 자신의 삶이더라고요. 회사에 있을 때도 열심히 하지만 자신의 삶 주변도 둘러보며 열심히 살기를 바라요."


사람은 때때로 인생을 거꾸로 산다. 행복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 이상의 물건과 돈을 소유하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매거릿 영>



사장님이 던진 말씀들은 직장인 모두에게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누구나 떠나는 날은 옵니다. 회사라는 틀 속에서 경제적 활동하고 성장도 하지만 결국 그 삶도 나의 삶입니다. 삶이 분절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이 내 삶 속에 있는 것이지요. 회사에 있던 개인적 시간을 갖던.


인간은 성장을 원합니다. 회사에서의 개인적 성장도 있지만 가족과의 성장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상 삶에서도 성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성장도 좋지만 성숙하기를 바랍니다. 나이 들어감이 주는 찐한 성숙을 원합니다. 삶의 시간이 만들어주는 자신의 색을 원합니다.


그 색이 심플하지만 깊이가 있기를 원합니다. 잘난 체는 아니지만 자신감은 있으면 합니다.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길 원합니다. 남들에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신에게는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오길 원합니다.


성숙은 자연스럽게 있어도 그것에서 나오는 색이 자신의 주변을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퇴직한 사장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사장님의 삶의 색이 더 짙어지시고 있는 듯합니다. 그 자연스러운 색이 퇴직자의 후반전인 듯 느껴집니다.


변화는 우리가 누군가나 무엇, 혹은 후일을 기다린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 자신이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이고 우리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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