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스크림의 시작
“평생 김치만 먹기 VS 평생 아이스크림만 먹기”
꿈을 찾은 건, 나에게 재미로 던져진 밸런스 게임 질문에서부터였다. 나는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한식, 또 그 중에서도 김치를 최애 음식으로 꼽아왔다. 반찬으로 먹는 김치는 물론이고 김치를 활용한 음식은 무엇이든 좋아하여 자취를 하면서도 냉장고에 김치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우리 가족 전체가 김치를 좋아해서 다른 가족을 6개월 동안 먹는 양을 1개월이면 해치우는, 그런 가족의 일원이었는데. 저 질문에 나는 쉽사리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평생 아이스크림을 못 먹는다고? 그런 인생을 내가 살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니 입 안이 바싹 마르는 지경이었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는 무조건 인생에서 절대 입에 댈 수 없어.’ 집 안에 떨어진 식재료를 사러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내 짝꿍이 웃자고 던진 질문이었을 뿐이었다. 당연히 내가 전자를 고를 거라고 짝꿍은 생각했고, 나 또한 그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쉽게 아이스크림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는 아이스크림임엔 분명했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운대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즐겼다. 와플, 브라우니, 빙수, 커피, 떡 할 거 없이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디저트 메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다. 배스킨라빈스 파인트, 투게더 한 통은 앉은 자리에서 클리어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배스킨, 나뚜루, 하겐다즈와 같은 종류뿐 아니라 메로나, 더위사냥, 월드콘, 옥동자와 같은 슈퍼 아이스크림, 고깃집에서 먹을 수 있는 저렴한 벌크형 아이스크림까지. 아이스크림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했다. 그러니까 ‘간식 중에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이런 질문이었다면 당연히 아이스크림을 꼽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그 순간 나에겐 던져진 질문에 아이스크림이라는 답은 ‘당연한’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낯선 일이었다. 이제껏 나의 삶에 ‘아이스크림 없이 살 수 있겠어?’라는 질문이 던져진 게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김치 없이 라면 먹을 수 있다, 없다’와 같은 질문에는 여러 차례 고민을 했고 늘 한국인다운 답을 내곤 했는데.
‘내 인생’과 ‘아이스크림’, 이 두 가지만을 놓고 마주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스크림을 골랐다는 것에 대해 짝꿍, 친구, 주변 지인들은 모두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김치의 소중함을 설파하고 다녔으니 아이스크림이라는 답은 신기했겠지.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으니까. 무인도에 떨어지더라도 깨달음을 얻는 나는 아이스크림을 챙겨가겠지, 놀랍게도.
그렇게 아이스크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을 그 즈음, 그 때는 업무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서있었다. 회사 생활을 그만 두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우리의 일’을 해오고 있었고 나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있으면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일’을 찾고 싶고 또 찾아야 할 때였다. 누구에게도 그렇듯,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 나도 몇 년동안을 고민하면서 찾아왔는데. 그의 답을 찾은 것만 같았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은 행복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내가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일은, 내가 만드는 행복을 전달하는 일이겠지.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일만큼 또 행복한 게 있을까.
출근을 해서 나는 내가 찾은 새로운 답에 대해 이야기 했고, 나의 소중한 팀원은 그 답이 진정한 꿈이 맞는 지 확인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단순히 지금 당장의 흥미에서 시작되어 나중에 힘이 빠지지 않을 만한 녀석인지 파악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김치VS아이스크림이라는 다소 우스운 질문에서부터 출발하긴 했지만, 그 질문 또한 우습게 여겨주지 않았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일임에 오히려 박수를 쳐주었다. 그렇게 내 마음 속 확인을 여러번 거쳤고,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마냥 아이스크림 나에게로 와서 꿈이 되었다.
나는 콘텐츠나 공연, 공간 등을 기획하는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맛있게 먹어오기만 했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주 조금 아는 게 없었다. 베이킹이라도 취미로 했으면 접근하기 조금 쉬울텐데 빵을 구워 본 경험도 전무하고. 그래서 알아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산더미지만, 우선은 ‘시작’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깨달았다고 해서 저절로 꿈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 마음이 식기 전에 열심히 움직여보고, 또 그 움직임들을 이 곳에 차곡차곡 담아보려한다.
반갑다!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아이스크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