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옹즈 젤라또 교육 후기
드넓은 아이스크림의 세계, 어디가 앞이고 뒤이며 아래이고 위인지 내가 서 있는 곳조차 가늠할 수 없던 때 아주 반가운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지금 내가 글을 쓰면서 기록을 남기는 것처럼, 젤라또 샵 창업을 하면서 그 기록을 남기는 ‘두옹즈’ 티스토리 블로그를 발견하게 된 것!
두옹즈 티스토리
사실 ‘발견’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도 머쓱한 것이 아이스크림 혹은 젤라또에 대해 조금이라도 검색하다보면 손 쉽게 닿을 수 있는 블로그였다. 두옹즈는 서울 마곡에 위치해있는 젤라또 샵인데, 그 곳 대표님께서 어떠한 과정을 거치면서 젤라또 샵을 만들고 운영하고 계시는 지 모두 텍스트로 남겨두고 계셨다. 게시글들을 모두 정독하면서 내가 궁금한 것들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고, 이건 나에게 일종의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두옹즈 블로그를 통해 도움을 받는 듯 했다. 그리고 젤라또 교육까지 진행하고 계셨는데, 그 금액 또한 (그 이 전에 알아보았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비해서)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정도였다.
어떤 젤라또를 만들고 계신지 궁금하여, 블로그를 잘 보고 있으며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숨긴 채(?) 바로 두옹즈를 방문해 젤라또를 사먹어 보았다.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뒤로 다양한 젤라또 투어를 다니는 중이었는데, 두옹즈의 젤라또 맛은 너무나 훌륭했다. 맛, 향, 텍스처의 밸런스가 좋아 투어 중 탑 3 안에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맛. 마곡에서 이미 유명하고 단골 손님이 많은 이유가 설명되는 맛이었다.
답답하던 차에 만난 두옹즈는 사이다, 뚫어뻥, 솔의눈, 개비스콘 그 모든 것.. 나는 젤라또 교육을 받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다.
두옹즈의 젤라또 교육은 원데이 클래스, 2일 수업, 3일 수업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아이스크림, 젤라또에 대한 경험과 정보 등이 제로에 가까웠으니 3일 수업을 택했다. 3일 수업은 젤라또의 기본적인 원리와 재료, 제조방법, 젤라또 차트 작성 방법 등 두옹즈 대표님의 노하우와 영업 비밀을 얻을 수 있는 과정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나 2일 수업에 비해서 더 많은 맛의 젤라또와 소르베를 만들어볼 수 있고 레시피 까지도 내어주신다고(ㅜㅜ) 하시기에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특히나 젤라또 원료, 즉 믹스 없이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이미 만들어진 베이스, 믹스를 쓰면 손 쉽지만 '나만의 것'을 만들 수는 없고, 나는 '아이스크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그런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했다. 이것은 '아이스크림 차트', '젤라또 차트'를 만드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기에 더더욱! 구글을 통해 알게 된 아이스크림 차트를 봐도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참이었다.
교육을 받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을 땐, 이미 많은 교육이 예정 중이었고 거의 두 달이란 대기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박! 이렇게나 젤라또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니!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배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일정을 앞당기고 조정하여 거의 곧장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두옹즈 블로그를 발견하고, 교육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일정을 잡을 때까지 굉장히 빠르게 결정이 되었다. 내가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다지만, 이렇게 급하게 배워도 되는 걸까? 나는 뭐 아무것도 준비가 된 것 같지 않은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것이 곧 '준비'이고 쇠뿔도 단김에 빼야한다 싶었다. 수업 듣기 하루 전엔 설레서 잠이 잘 안 올 정도... 무작정 젤라또를 배우러갔다.
두옹즈의 젤라또 교육은 하루에 5~6시간 정도로 진행되고 이론과 실습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론 자료는 두옹즈 대표님께서 모두 준비해주셨다. 필기 할 수 있는 펜만 있으면 오케이!
1일차
젤라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 차트 보기 / 우유 베이스 만들기
첫 날은 아주 기초적인 것들부터 시작을 했다. 아이스크림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지, 기본 원료가 무엇인지, 어떤 장비를 써야하는지, 보관은 어떻게 해야하는 지 등 가장 기본이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들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베이킹을 취미로라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감미료나 안정제 종류들도 모두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었다. 장비 종류와 가격대, 구매처 등 가장 궁금했던 것들도 알 수 있었다. AFP (혹은 PAC)와 SP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미리 공부를 하고 갔는데도, 그것들이 작용하는 원리가 너무나 신기했다. 첫 날이다보니 이론 수업이 다른 날들보다 제일 길었으나 젤라또를 만드는 실습도 진행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우유 베이스의 젤라또 차트를 보는 방법을 알고 내가 직접 차트를 바꾸면서 짜는 방법을 익혔고, 직접 베이스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기본 베이스는 하루, 얼그레이나 보리 등을 이용해 다양한 맛이 나는 베이스는 이틀.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그냥 재료를 섞고 기계에 넣고 돌리면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하루~이틀이 걸리는 작업으로 오랜 시간을 쏟아야 하는 정성 어린 것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역시 행복을 선물하는 일에는 '왕도'가 없다.
이 날은 새롭게 쏟아지는 많은 정보에 집에 가자마자 뻗어버렸다.
2일차
첫 젤라또 뽑아내기! / 다양한 맛의 젤라또 베이스, 젤라또 만들기 / 소르베 베이스 만들기
이틀 차에는 인생 처음 젤라또를 뽑아냈다. 전날 만들어놓아 숙성이 끝난 베이스를 젤라또 기계에 넣고 뽑았는데, 스페츌라를 쥔 손에 엄청난 긴장감이 돌았다. 두옹즈 대표님이 전날 젤라또를 뽑는 방법, 젤라또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었을 때 '음, 저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 걸' 싶었는데 막상 하려니 고장난 인형처럼 버벅이게 되었다. 기계에 붙은 젤라또들을 걷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금방 해내지 않으면 녹아버려 바닥에 뚝뚝 떨어지니, 아이스크림은 시간을 다루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장비를 청소하는 방법도 익히고 직접 청소도 했다. 당을 다루다보니 금방 끈적거려 빠른 청소도 필수다.
이 날은 초코 젤라또 베이스도 만들고, 우유와 과일을 다루어서 만드는 딸기우유 젤라또도 만들었다. 지방 함량과 당 함량이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서 하나 하나 계산을 해야해서 쉽지가 않았다. 또 알콜을 다루는 계산 방법도 다르고. 왜 엑셀로 차트를 짜서 만들어야 하는 지가 단번에 이해가 되는 순간. 그리고 젤라또에서는 거의 기본이다 싶은 쌀(리조) 젤라또에 들어가는 쌀들을 어떻게 먹기 좋은 식감인지 만드는 것도 이 날 처음 접했는데, 너무나 신기해서 집에 와서는 이마를 탁 쳤다.
아이스크림은 정말 과학이다.
3일차
다양한 맛의 젤라또 만들기 / 소르베 만들기
마지막 날은 이제까지 만들어 숙성이 끝난 베이스들을 넣고 젤라또를 뽑아냈다. 여기서 다양한 맛의 젤라또 중 대표적인 예로 얼그레이를 들 수 있는데 얼그레이 맛을 내기 위해 1일 숙성, 아이스크림 베이스로 만들어지기 위해 1일 숙성을 거쳐 마지막 날인 3일 차가 되어서야 진정한 젤라또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진짜 정성 아닌가? 나는 이제 더 이상 젤라또 가격에 대해서 한 치의 불만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전날 만들어둔 소르베 베이스에 과일을 이용해, 여러 종류의 과일 소르베도 만들었다. 과일을 직접 하나하나 갈아서 채에 걸러 먹기 좋게 만드는 과정들이 필요했는데, 이 또한 정성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젤라또 비싼 것? 완전 인정..ㅠㅠ 매번 수업이 끝날때마다 젤라또를 포장해주셨는데, 이 때 만들었던 소르베는 주변에서 정말 인기가 좋았다. 젤라또 뽑아내는 것에 쪼끔 익숙해졌을 법 했을 때 수업이 끝이 났다.
3일의 시간이 무척 빠르게 지나갔던 두옹즈에서의 젤라또 수업. 그 만족도는 아주 대단했다. 아마 3일이 아니라 30일짜리가 있었으면 30일이라도 기꺼이 배우러 갔을 것이다. 단순히 젤라또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는 것 뿐 아니라, 기계 청소하는 방법이나 젤라또를 직접 퍼서 컵에 담고 포장 용기에 담는 것까지도 직접 해볼 수가 있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이라면, 정말 알짜배기로 들을 수 있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시거나 젤라또샵을 운영하시면서도 오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두옹즈에서 젤라또 수업을 받은지는 벌써 한 달도 더 전의 일이다. 한 달도 훨씬 더 지나 있는 지금의 나는 아이스크림의 꿈을 조금도 잊지 않고 열심히 이뤄나가고자 나름의 노력들을 하고 있다. 아마 두옹즈에서의 수업 시간이 없었다면 여전히 고민하고 헤매고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두옹즈 대표님과의 대화 속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에 대해 배우고 알고 싶은데 어떻게 찾아야 할 지, 어디서 찾아야 할 지 찾기가 어렵다고 내가 말했을 때, 두옹즈 대표님도 그 부분에 대해 적극 공감하시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하기 시작하셨다고. 나의 아이스크림 세계에서 한줄기 빛이자 길잡이가 맞다! 두옹즈 대표님은 모르시겠지만(?) 나는 이미 스승님으로 생각 중이다(ㅋㅋㅋㅋ)
내가 바로 창업을 준비하는 중이었다면 더 큰 도움이 되었을거라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나 또한 많은 것들을 쌓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너무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 혹시나 두옹즈 젤라또 교육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런 분들이 이 글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무언가를 ‘공유’하기에는 너무 편리해진 시대, SNS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들을 통해 하루에도 수만수억가지의 ‘거리’들이 사람에게서부터 사람에게로 전달된다. 자전거, 자동차, 하물며 집까지도 공유되는 시대인데도 나누기 힘든 것들은 존재하는 법이다. 바로, ‘값어치 있는 정보’.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아이스크림의 정보를 찾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나누기 힘든 값어치 있는 정보들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장된 값이자 가치일텐데도 기꺼이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공유되면서 분명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이야기가 되면서 좋은 방법으로 향해가는 것처럼.
두옹즈 대표님은 수많은 젤라또 레시피는 물론이고, 내가 배우지 않은 젤라또 메뉴에 위에 올라가는 크럼블 레시피까지도 보내주셨다. 그렇게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은 아마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믿음에서 일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그런 대단한 마음들까지도, 두옹즈의 수업을 통해서 내가 배워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아이스크림 정보를 사람들과 나누면서 내 능력을 단단히 키워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무작정 젤라또를 배웠지만, 분명한 마음들까지도 얻어간다.
여담
마지막 날 수업이 끝나고 가져갈 젤라또들을 직접 퍼보았다. 엉망인 비율을 보시고 두옹즈 대표님은 '내가 퍼 담았다고 말하지 마세요.' 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넵ㅠㅠ 제가 펐으니까요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젤라또는 만드는 것도, 퍼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