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유명 유튜버의 삶 2 - 속도는 내가 정한다

『인생 2막, 유튜브 ON』

by 박동욱

서울로 돌아온 뒤, 정신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핸드폰엔 하루에도 몇 번씩 협업 요청과 인터뷰 제안이 쏟아졌다. 그때 문득 떠오른 이름—조카 준호.

"준호야, 요즘 뭐 하냐?""알바... 이것저것 하면서 취준 중이에요.""그럼 삼촌이랑 같이 일하자."

내 핸드폰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부 연락을 정리해 줄 사람, 그리고 나의 여행 철학과 속도를 이해해 줄 사람. 그게 바로 준호였다. 믿을 수 없지만, 하루에 세 건 네 건씩 연락이 쏟아지고 있었다.

며칠 뒤, 준호가 놀란 얼굴로 내게 외쳤다.

"삼촌!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출연 제의가 왔어요!"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유재석 씨 나오는 그 프로 말이야?"

"네, 진짜예요. 삼촌 영상 보고 작가님이 완전 팬이래요. 힐링된다고."

설마 했지만, 그건 정말이었다. 나처럼 방송국 구경도 못 해본 사람이 어느새 전국 방송에 초대받다니.

촬영 날, 상암의 좁은 골목. 카메라 앞에 서니 숨이 턱 막혔다. 그런데 유재석 씨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동욱 님! 너무 반갑습니다. 작가님이 팬이에요. 영상 보면서 힐링하신대요."

그 말 한마디에 목이 뜨거워졌다. 내가 만든 영상이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그날 밤, 방송이 나가자마자 핸드폰은 불이 났다. 광고 제안 메일, 출연 요청, 콜라보 문의. 심지어 동네 마트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그중 하나—고급 배낭 브랜드에서 협찬 제안이 왔다. 예전부터 탐냈던 제품이었다. 준호가 물었다.

"받을 거예요? 이건 진짜 좋은 배낭인데."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받아볼게. 대신… 내 방식으로 소개할 수 있다면."

영상 속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 배낭은 협찬받은 제품입니다. 그런데요, 한 달 써봤더니… 허리 안 아픈 게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뭐든 내 몸에 맞는 게 최고니까요."

콜라보 요청도 이어졌다. 먹방 유튜버 ‘대식가 민수’, 자전거 세계 일주 중인 ‘길 위의 청춘’, 캠핑 채널 ‘숲 속생활자’까지.

그들과 함께한 영상은 모두 짧고 간단했다. 맛집에서도 과하게 먹지 않았고, 자전거도 꽃을 찍기 위해 멈춰 섰다.

그들은 내게 말했다.

"형님은 진짜 다르세요. 말도 느긋하고, 편집도 급하지 않아요. 뭔가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날 저녁, 혼자 집으로 돌아와 영상을 정리하다 문득 야경이 보고 싶어졌다. 가벼운 바람을 느끼며 한강 변을 걷고 있을 때, 윤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어디세요?""걷고 있어. 그냥 바람 쐬고 싶어서.""저 지금 근처인데, 잠깐 볼래요?"

그렇게 우리는 한강의 다리 아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달빛이 물에 부서지고, 바람이 잔잔하게 머리칼을 흔드는 밤이었다.

윤슬이 조용히 물었다."오빠, 요즘… 부담되진 않아요? 갑자기 너무 알려지셔서."

나는 고개를 저으며 빙긋 웃었다."처음엔 좀 그랬지. 근데 이제는… 그 흐름 위에 내 리듬을 올리는 법을 배운 것 같아. 누가 뭐래도, 나는 내 속도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날의 마지막 장면. 나는 전남의 어느 조용한 섬마을 해변을 걷고 있었다. 자막이 떴다.

“이곳은 전남의 작은 섬마을입니다.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에요. 뭐 별건 없고요. 그냥 오늘도… 좀 걷고, 좀 쉬고, 사람들 만나고.”

댓글엔 응원의 글과 악플이 뒤섞여 있었다.

“너무 느려서 답답함. 여행 유튜버 맞아요?”“진짜 위로가 되는 채널입니다. 오래오래 해주세요.”

나는 댓글 하나하나를 읽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응. 난 내 속도로 할게. 이게 나니까."

그리고,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느리지만 진심을 담은 발걸음. 유명 유튜버가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천천히 걷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제11화. 유명 유튜버의 삶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