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유튜브 ON』
유명 유튜버가 된 후에도 동욱은 여전히 혼자 걷는 여행자였다. 서울로 돌아온 뒤 몇 주가 흘렀고, 거센 파도 같던 관심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제야 동욱은 다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동욱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떤 여행이 좋았지?’
떠오른 건 섬이었다. 바닷바람, 갯벌 냄새, 시장에서 들리는 생선 파는 소리.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섬마을의 풍경은 동욱에게 가장 맞는 리듬이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 ‘시골길, 섬여행, 느린 여행, 힐링여행’—이 네 단어는 이제 동욱의 세계관이 되었다.
유튜브 채널도 점차 그 방향으로 정리했다. 시끌벅적한 도심보다는 조용한 해안가 마을, 인스타 핫플레이스보다는 노을 지는 선착장. 그는 말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풍경을 찍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기대와는 다른 법. 영상에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이 안 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연락이 왔다. 촬영 동의를 받았고, 분명 예쁜 가게였지만 편집에선 어쩔 수 없이 빠졌을 뿐이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영상의 흐름을 고려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우리 가게 나오면 매출도 좀 늘 줄 알았는데… 뭐, 알겠어요.”
섭섭한 말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동욱은 알고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걸. 그래서 더욱 중심을 잡아야 했다.
다른 문제도 있었다.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말을 걸다가 ‘우리 마을은 뭐가 좋다’, ‘이 장소도 찍어라’며 은근한 압박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어르신, 여긴 정말 예쁘네요. 혹시 저기 절벽 쪽 가도 될까요?”
“아유, 거긴 위험해. 대신 저기 정자 보여? 거기서 우리 노래자랑도 했어. 꼭 찍어야지!”
“아, 네! 그럼 나중에 꼭 가볼게요.”
동욱은 카메라 뒤에서 피식 웃었다. 이 작은 마을의 자부심이 귀여웠다. 영상에 담기진 않아도 그 마음은 고스란히 그의 기억 속에 남았다.
또 한 번, 작은 항구 마을에서 겪은 일이다.
작은 분식집에서 우연히 떡볶이를 먹다가, 아주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가 너무 좋아 촬영 동의를 받았고, 아주머니가 떡볶이를 만들며 들려준 지난날의 얘기를 영상에 담았다.
며칠 뒤, 영상이 올라가자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엄마랑 떡볶이 먹던 생각나서 울었어요.”“이런 영상 너무 좋아요. 그냥... 마음이 편해져요.”
동욱은 조용히 앉아 댓글을 읽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거였지.”
준호는 그런 삼촌이 자랑스러웠다.
“삼촌, 요즘 진짜 힐링 유튜버 같아요. 뭔가... 유튜브계의 바다 같은 사람?”
“바다는 무슨, 그냥 늙은 아저씨지.”
“아니거든요. 깊고, 잔잔하고, 오래오래 보고 싶은 사람?”
“오, 너 요즘 감성 좀 터지는데?”
“다 삼촌 영향이지 뭐.”
촬영은 여전히 힘들었고, 촬영 중 마을 주민과 부딪히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동욱은 흔들리지 않았다.
“영상 찍는 건 제 일이지만, 여긴 누군가의 삶이니까요. 예의를 지키고, 속도를 맞춰야죠.”
이제 그는 유튜브 조회수보다, 사람들과의 거리와 온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카메라를 내려두고 그냥 바다를 바라보았다.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그리고 해무에 잠긴 방파제. 아무도 보지 않아도, 이건 찍고 싶었다.
영상 마지막 장면은 그런 장면이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그가 혼자 걷는 모습.
자막이 떴다.
“속도는 내가 정합니다. 이게 제 여행의 방식입니다.”
그리고, 화면이 천천히 암전 되었다. 그 느린 화면 속에서도, 진심은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