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글이 안 써지는 날 – 멈춤도 글쓰기의 일부다

by 박동욱

요즘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런 날이 많아졌다.
노트북 앞에 앉아 화면을 켜두고, 멍하니 커서만 바라본다.
글을 써야 하는데 손끝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린다.
그러다 어느새 유튜브 창을 띄워놓고 있다.
‘아,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을 덮는다.

오늘 써야 할 글이 분명히 있는데,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간다.
이럴 때면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나는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혹시 이렇게 멈춰 있다가 결국 포기하는 건 아닐까?’

불안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너무 답답해 한 번은 ChatGPT에게 물었다.
“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해야 해요?”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운동을 해보라, 산책을 나가라, 다른 글을 읽어보라…
정상적인 조언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걷고 싶은 마음도, 책을 펼 마음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노트북 앞에 멈춰 앉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글은 뭐지?’

그날 내가 한 건 거창한 글쓰기가 아니었다.
그저 일기를 썼다.

오늘 하루 뭘 했는지, 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을 노트에 툭툭 적었다.

그리고 쓰다 만 소설 파일을 열어봤다.
손이 덜 탄 문장을 다시 읽고, 한 줄 이어 썼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다 보니, 다시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산책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또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며 무작정 노트를 펼친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정답은 없다. 결국 각자도생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이거다.

뭐라도 쓴다.

심지어 “오늘은 글이 안 써진다.”라고 적는 것도 좋다.
몇 줄의 짧은 메모라도 괜찮다.
글을 완전히 놓지 않게 해주는 작은 다리가 되어준다.

그리고 또 하나.
안 써지는 날엔 안 써지는 대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 시간을 낭비라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생각을 가라앉히고,
다음 글을 위한 ‘숨 고르기’가 될 때도 있다.

글을 못 쓰는 나를 자책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도 글쓰기의 일부다.

중요한 건 단 하나다.
‘나는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문장이 나오지 않는 날에도,
글 앞에 앉아 있는 그 마음만큼은 꺼뜨리지 않는 것.

나는 믿는다.
그 마음만 살아 있다면,
잠시 멈춰도 결국 다시 쓰게 된다고.

그 잠깐의 멈춤마저도,
결국 글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글이 안 써지는 날들이 쌓여도 괜찮다.
그 모든 날이 모여,
언젠가 다시 써 내려갈 문장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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