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런 날이 많아졌다.
노트북 앞에 앉아 화면을 켜두고, 멍하니 커서만 바라본다.
글을 써야 하는데 손끝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린다.
그러다 어느새 유튜브 창을 띄워놓고 있다.
‘아,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을 덮는다.
오늘 써야 할 글이 분명히 있는데,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간다.
이럴 때면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나는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혹시 이렇게 멈춰 있다가 결국 포기하는 건 아닐까?’
불안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너무 답답해 한 번은 ChatGPT에게 물었다.
“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해야 해요?”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운동을 해보라, 산책을 나가라, 다른 글을 읽어보라…
정상적인 조언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걷고 싶은 마음도, 책을 펼 마음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노트북 앞에 멈춰 앉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글은 뭐지?’
그날 내가 한 건 거창한 글쓰기가 아니었다.
그저 일기를 썼다.
오늘 하루 뭘 했는지, 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을 노트에 툭툭 적었다.
그리고 쓰다 만 소설 파일을 열어봤다.
손이 덜 탄 문장을 다시 읽고, 한 줄 이어 썼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다 보니, 다시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산책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또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며 무작정 노트를 펼친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정답은 없다. 결국 각자도생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이거다.
뭐라도 쓴다.
심지어 “오늘은 글이 안 써진다.”라고 적는 것도 좋다.
몇 줄의 짧은 메모라도 괜찮다.
글을 완전히 놓지 않게 해주는 작은 다리가 되어준다.
그리고 또 하나.
안 써지는 날엔 안 써지는 대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 시간을 낭비라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생각을 가라앉히고,
다음 글을 위한 ‘숨 고르기’가 될 때도 있다.
글을 못 쓰는 나를 자책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도 글쓰기의 일부다.
중요한 건 단 하나다.
‘나는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문장이 나오지 않는 날에도,
글 앞에 앉아 있는 그 마음만큼은 꺼뜨리지 않는 것.
나는 믿는다.
그 마음만 살아 있다면,
잠시 멈춰도 결국 다시 쓰게 된다고.
그 잠깐의 멈춤마저도,
결국 글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글이 안 써지는 날들이 쌓여도 괜찮다.
그 모든 날이 모여,
언젠가 다시 써 내려갈 문장을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