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남의 글을 읽는다는 것

독자가 되는 시간

by 박동욱

글을 쓰면서 제일 필요하지만, 가장 안 하게 되는 일이 있다.
바로 남의 글을 읽는 일이다.

처음엔 핑계가 그럴듯하다.
“다른 글의 색을 나에게 입히고 싶지 않아서.”
“내 스타일을 지키고 싶어서.”
그러나 솔직히 말해보자.
그건 대부분 귀찮아서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남의 글을 읽는 걸 귀찮아한다면,
내 글도 누군가에게는 ‘귀찮아서 읽기 싫은 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면 서늘해진다.
내 글을 읽어줄 독자가 있어야 하는데,
내가 독자가 되는 걸 게을리한다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제는 인정한다.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의 글을 읽는 건, 그 글의 색을 그대로 내 글에 덧칠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고, 나와의 차이를 마주하는 일이다.

남의 글을 읽으면, 내가 몰랐던 문장의 결을 알게 된다.
내겐 없는 시선, 내겐 없는 표현, 내겐 없는 감정이 그 글 안에 있다.
그 차이를 느끼는 순간, 내 글의 부족한 부분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읽는 건 흉내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글을 더 넓히기 위해서다.

남의 글을 읽는다는 건, 사실 글을 쓰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대사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배운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감정을 어떻게 꺼내놓는지 알게 된다.
심지어 신문 칼럼 한 줄에서도,
짧은 문장 안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지 깨닫는다.

글을 읽을 때 나는 자주 독자에서 작가로, 다시 독자로 왔다 갔다 한다.
처음엔 그냥 독자로서 읽는다.
그러다 문장이 마음에 남으면,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왜 이렇게 썼을까? 왜 이 단어를 골랐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읽는 일이 곧 쓰는 일의 연습이 된다.

책장을 넘기는 일은 단순히 활자를 보는 게 아니다.
남의 마음을 잠시 빌려 사는 일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보고,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잠깐이나마 느껴보는 시간.

그래서 남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조금 달라진다.
조금 더 넓어지고, 조금 더 유연해지고, 조금 더 겸손해진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겸손은 중요한 덕목이다.
내 글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글은 닫힌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건
“나는 아직 배울 게 많다”라고 인정하는 행위다.

그리고 그 겸손함은, 결국 내 글을 더 깊게 만든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남의 글을 읽는 건 더 이상 귀찮아서 미루는 일이 아니다.
내 글을 더 단단하게, 더 넓게 만드는 밑작업이다.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한다.

남의 문장을 읽으며 감탄하고,
그 글의 결을 느끼고,
내 안에서 다시 되새기는 시간.

그렇게 내가 먼저 좋은 독자가 될 때,
언젠가 누군가는 내 글을 읽으며 말할 것이다.
“이 글, 참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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