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모두가 잘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

『불안정한 우리』

by 박동욱


요즘은 참 쉽게 남의 삶을 들여다본다.
아침을 먹는 풍경, 창밖의 노을, 여행지에서의 웃음…
손바닥 안의 작은 화면이, 세상 구석구석의 사람들을 내 방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다.
‘저 사람은 어디서 저렇게 멋진 사진을 찍었을까?’
‘저 카페는 또 무슨 분위기일까?’
새로운 것을 구경하는 건, 언제나 작은 설렘을 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구경이 비교로 변했다.
비교는 참 조용하게 스며든다.
그저 사진 한 장을 넘겨보다가도, 마음 한 구석이 푹 꺼진다.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하지?’
‘내 하루는 왜 이렇게 볼품없지?’
아침의 설렘은 저녁이 되면 이상한 박탈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실, 그건 나를 보는 시선이 바깥으로만 향해 있기 때문이었다.
내 하루를 들여다보기보다, 남의 하루를 훨씬 더 오래 보고 있는 것.
결국 그 시간만큼 나는 나를 잃어갔다.

SNS 속 화려한 순간들은, 사실 순간일 뿐이다.
그들이 그 사진을 찍기 위해 몇 번이나 실패했는지, 어떤 고민을 숨기고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만을 편집해 모아 놓은 걸 보고, 그게 전부라고 믿는 것과 같다.
그러니 그 화려함은 진실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내가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제일 먼저 한 건 ‘끄기’였다.

SNS 알림을 끄고, 하루에 한 번만 접속했다.
처음엔 허전했다. 세상의 속도가 느려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속도는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금 여유를 되찾으니, 눈앞의 사소한 장면이 예쁘게 보였다.
아침 커피의 향, 가게 앞 화분에 핀 꽃, 길모퉁이 오래된 간판…
이전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었다.

내 삶이 특별해지려면, ‘내’가 있어야 한다.
남의 무대 위에서 관객으로만 서 있다 보면, 내 무대는 텅 비게 된다.
누군가의 스포트라이트를 부러워하기보다,
내 하루를 비추는 작은 조명을 찾아야 한다.
그건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업적이 아니라,
오늘 하루 나를 웃게 한 작은 일들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걸었던 퇴근길.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와 눈을 맞춘 순간. 너무 바빠서 잊고 있던 친구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 일.

별것 아닌 듯해도, 이런 순간들이 모여 ‘나의 삶’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가끔,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이런 질문을 한다.
“오늘 나는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을까?”
남이 올린 사진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본 장면을 떠올려본다.
그렇게 적어 놓은 기록들은, 나만의 작은 앨범이 된다.
이 앨범 속에는 비교도, 박탈감도 없다.
대신, 내 속도와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혹시 지금, 다른 사람의 하루가 부럽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화면을 닫아보자.
그리고 나를 향해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어떤 장면을 살아내고 싶을까?”

그 답을 찾는 순간,
남의 속도는 더 이상 나를 흔들 수 없게 된다.
내 인생의 발걸음은, 오직 내가 정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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