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잠들지 못하는 밤에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

『불안정한 우리』

by 박동욱

가끔은 밤이 너무 길다.
불안한 마음, 불편했던 일, 사소한 잡념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눈을 감아도 머릿속은 더 환해지고,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깨어 있는 채로 시간을 질질 끌고 간다.


이상한 건, 좋았던 일이나 괜찮았던 기억은 금세 흩어지는데
불안했던 순간이나 불편했던 일들은 깊숙이 남아
자꾸만 되감기 되듯 반복된다는 것이다.
마치 나를 괴롭히기 위해 고의적으로 틀어놓는 영화처럼,
한 장면이 끝나면 또 다른 장면이 떠오른다.



그럴 때 나는 나만 특별히 약한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나만 유독 심한 걸까?’
하지만 살펴보니 다들 그렇더라.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마음을 안고 산다.
누군가는 더 크게 표현하지 않을 뿐,
누군가는 차분히 숨기고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잠 못 드는 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조금은 가벼워진다.
외로운 줄 알았던 이 밤이 사실은,
다른 이들에게도 흔히 찾아오는 시간이니까.



나는 그럴 때 억지로 불안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불안을 옆에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좋았던 일을 떠올려본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누군가가 건넨 작은 인사,
지나가다 스친 하늘의 빛깔,
따뜻하게 마신 커피 한 잔의 여운.
그런 장면을 하나씩 꺼내어 곱씹다 보면
불안이 조금은 흐려지고,
마음속에 작은 등불 같은 감각이 남는다.


그건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내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혹시 오늘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면
억지로 뒤척이며 괴로워하지 말고,
작은 연습을 해보길 권한다.
오늘 있었던 좋았던 일, 기분 좋았던 순간을
하나씩 떠올리며 마음속에 적어두는 것.
기억 속에서 그 장면들을 다시 만나는 동안,
밤은 조금 더 짧아지고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불안한 기억이 남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좋은 순간을 기억하려는 마음이
나를 내일로 데려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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