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2 "터널"

by 박동욱


소주, 혼술, 술병, 후유증.png




지지난 주, 사흘 연속으로 술을 마셨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 약까지 먹고 있었는데도 그랬다.

결국 그다음 날부터 꼬박 일주일을 앓아누웠고,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이건 거의 자해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몸은 무겁고, 정신은 한층 더 가라앉았다.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내가 미뤄둔 일들이 천장 한가득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주 토요일, 열이 겨우 내리자 또다시 술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날린 일주일을 메꿔야지’ 하는 보상심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일요일엔 엄마와 크게 다퉜다. 주고받은 말 몇 마디가 마음 깊이 비수처럼 박혔다.

그날 밤, 김치냉장고에 오래 놔둔 소주 한 병이 눈에 띄었다. 순간, 이 병을 열면 또 한 주가 날아가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병을 열지 않았다.

싱크대에 물을 길게 틀어놓고, 그 곁에 조용히 서 있었다. 병은 그대로 뒀고,

나는 꽉 움켜쥔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 오늘, 2025년 9월 22일 아침 8시. 공유 사무실에 무사히 출근했다.

커피 잔에서 김이 오르고, 모니터 불이 켜졌다.

맑은 정신으로 문서를 열자 밀려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돈되기 시작했다.

술이 가져다주지 못한 것들을 글이 천천히 되돌려주고 있었다.

집중, 속도, 그리고 자존감의 작디작은 불빛 하나. 나는 잘 안다.

유혹은 앞으로도 계속 찾아온다는걸. 스트레스도, 보상 심리도, 언쟁도 사라지진 않을 테니까.

그래도 적어도 오늘만큼은 여기까지 왔다.

냉장고 문은 닫고, 사무실 문은 열었다. 일기를 쓰며 깊은숨을 한 번 세어보았다.

‘오늘만은 안 마시자.’ 내게 꼭 필요한 약속은 이 한 줄이면 충분하다.

터널은 끝이 환해서 밝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조금씩 옅어진다.

나는 지금, 어제보다 한 발 더 앞으로 나아왔다.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도 내가 나 자신을 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만 또렷이 남아 있다.

그게 오늘의 전부다. 그리고 전부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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