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미학 #시간 편 2

〈밤, 영감이 내려앉는 시간〉

by 박동욱

세상이 조용해질 때,

비로소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

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멈추는 시간이고,

나에게는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현실의 무게가 살짝 느슨해지고,

나의 내면이 가장 솔직해지는 때.

그래서인지 나는 늘

밤에 가장 창의적이 된다.

**

불을 낮추고, 커피잔을 옆에 두고,

창문을 살짝 열어둔다.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면

마치 단어들이 허공에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시간엔

낮에 생각해두었던 말들이

조용히 풀려나오고,

떠올리지 않으려던 기억마저도

부드럽게 다가온다.

의식적으로 무엇을 쓰려 하지 않아도,

그냥 밤이라는 시간 자체가

글감이 되고, 문장이 되고, 음악이 된다.

**

혼자이기에 가능한 몰입.

누구의 눈치도, 누구의 말도 없이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내 것이 되는 시간.

혼자라는 공간 위에

밤이라는 시간이 겹쳐지면

그건 거의 마법에 가깝다.

가끔은 종이 앞에 앉지 않아도,

그저 침대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장면이 떠오른다.

한 줄의 시,

하나의 대사,

혹은 아주 오랜 기억 속의 목소리.

**

낮에는 살아내느라 바쁘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내 감정을 미뤄두지만

밤은 모든 것을 꺼내게 만든다.

숨겨두었던 나,

무뎌졌던 감정,

잊은 줄 알았던 열망.

그 모든 것이 조용히 다시 살아난다.

**

밤은 쓰는 이에게

가장 너그러운 친구이자

때로는 가장 까다로운 편집자다.

내가 진심이 아닐 땐

그 어떤 문장도 내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줄의 진심만 있다면

그건 새벽을 통째로 밝힐 수 있는 빛이 된다.

**

창작은 결국,

내 안을 마주하고 그것을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주침이

가장 깊고 가장 조용하게 일어나는 시간이 바로 이 밤이다.

**

지금도 어딘가에선

혼자 앉아 빛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무언가를 쓰고,

무언가를 그리고,

무언가를 끌어올리며

자기만의 진실을 꺼내고 있을 것이다.

그 모두를 나는 안다.

나 역시,

그 밤의 언어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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