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미학 #시간 편 1

〈혼자라는 계절〉

by 박동욱

사람들은 말한다.

혼자면 계절이 무슨 상관이냐고.

어차피 외로운 건 똑같지 않냐고.

하지만 나는 안다.

혼자의 외로움도 계절을 탄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그 계절의 온도와 빛, 향기와 소리에 따라

내 마음도 달라진다.

**

봄의 외로움은 조금 서글프다.

모든 것이 피어나는 계절,

새싹이 트고, 꽃이 만개하고,

거리엔 웃음소리가 많아진다.

하지만 나만 정지된 듯한 기분.

꽃은 예쁜데,

그 아름다움이 마치 나를 제외한 세상을 위한 것 같을 때.

그럴 땐, 웃는 사람들 사이로 조용히 벗어나

햇살이 비치는 카페 구석에 앉아 있다.

따뜻한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오늘 하루, 나만의 봄을 어떻게 살까’ 생각한다.

**

여름의 외로움은 조금 시끄럽다.

바다는 넘실거리고,

노을은 장대하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그 사이, 혼자인 나는

선풍기 바람에 머리를 말리며

고요한 방 안에 앉아

‘떠나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여름밤 창문을 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맥주 캔 따는 소리,

웃음소리,

그 틈을 타고 불쑥 고개를 드는 감정—

나는 지금 누구와도 연결돼 있지 않다는 사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나를 가장 잘 안다.

외롭지만 나쁘지 않은 밤.

**

가을의 외로움은 가장 문장에 가까운 계절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얇아진 셔츠 아래로 느껴지는 바람,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공기.

괜히 책장에 오래된 시집을 꺼내 들고,

커피에 시나몬을 뿌려 마시며

무언가에 취한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가을은 외로움을 ‘깊이’로 바꿔준다.

감정을 붙잡아 놓지 않아도

자연스레 흘러가게 해주는 계절.

그래서 나는 가을을 사랑한다.

혼자여서 더 많이 느끼는 계절,

혼자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계절.

**

겨울의 외로움은 가장 솔직하다.

찬 바람 앞에서는 누구도 강한 척할 수 없고,

사람들은 무언가를 품거나 움츠린다.

그 조용한 긴장감 속에서

나는 내 마음도 조금씩 묶는다.

창밖의 눈이 조용히 내릴 때,

나는 불을 끄고

담요를 어깨에 두른 채 창가에 앉는다.

그 하얀 정적 속에서

내 안의 쓸쓸함이

눈처럼 천천히 쌓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외로움은 아프지 않다.

그건 ‘기다림’의 온도를 품고 있어서.

언젠가 다시 따뜻해질 거라는 걸

겨울은 알게 해 준다.

**

이렇게 계절마다

혼자인 내 감정도 다른 옷을 입는다.

누군가는 모를 감정의 결,

하지만 나는 매번 생생하게 기억한다.

외로움은 나쁜 게 아니다.

그건 감정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내가 여전히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는 흔적이다.

그러니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내 외로움의 얼굴을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조용히,

그 계절에 맞는 나의 언어로

나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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